최가네 모녀 남미 정복기
2017.1.31.화
Feat. 유나이티드 항공은 이제 타지 않는 걸로..
유나이티드.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
페루 리마까지는 두번의 환승을 포함해 33시간이 걸리는데 첫번째 환승지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두번째는 휴스턴이었다.
샌프란시스코까지 11시간의 비행(+연착시간)은 내 인생 최악의 비행이었다. 어디선가 한번쯤 들어본 듯한 보잉747기는 그 흔한 모니터조차 달려있지 않은 세월의 흔적이 물씬 느껴지는 좌석과 더불어,
숨막히게 좁은 간격으로 비행기 안에서 시간이 멈춘듯한 끔찍함을 선사해주었다. 유나이티드 어플을 스마트기기에 설치했다면 기내에서만 제공되는 와이파이로 영화 따위를 볼 수 있지만 그나마도 와이파이가 시원치않다..
거대한 기체에 화장실은 몇개 없어 화장실 한번 가기도 힘들었다. 다행히 올해를 마지막으로 모든 747기들은 퇴역한다고 한다.
교훈 : 유나이티드는 절대로 절대로 최후의 선택으로 남겨둘 것.
말도 안되는 환승시간 40분
샌프란시스코.
여행의 첫 난관은 이곳에서 시작되었다.
10시간 25분 예정의 비행시간은 이착륙 시간 앞뒤로 연착이되 거의 11시간이 걸려 도착하게 되었다.
문제는 다음 휴스턴행 비행까지 불과 40분밖에 남지않은 것이다!
미국을 처음 와 본 탓에 환승할때도 수화물을 찾고 다시 붙여야 하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리고 분명히 인천에서 짐 붙힐 때 휴스턴에서만 찾으면 된다고 했단 말이다...!! 막상 도착했을때 짐을 찾고 다시 붙이라는데 정말이지 실화인가 싶었다.
게다가 기나긴 입국심사줄과 보안검색대를 통과하기에 40분은 그야말로 불가능에 가까웠다. 미국에서의 환승시간을 고려안하고 산 내 잘못도 있지만 이런 스케줄로 판매하는 유나이티드 항공...시끄러운 입방아가 오르내리는덴 다 이유가 있는 것이었다.
왜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는가
그렇다. 결국 우리는 비행기를 놓.쳤.다.
40분에 모든걸 해내기는 무리였던 것이다. 줄어들 줄 모르는 입국심사대에서 공항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그는 아무렇지 않은 듯 웃으며 항공사 데스크를 찾아가면 다음 티켓으로 바꿔줄꺼라고만 했다.
하지만 유나이티드는 도리어 대기줄에 묶여 있던 우리 잘못이라며 발뺌을 했다. 그리곤 아주 선심 쓰듯 한 시간 뒤 티켓으로 다시 끊어주었다.
그래도 다행이었다. 만약 휴스턴-리마행 비행기가 내일이 아니었다면 영락없이 이 스케줄에도 문제가 생겼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예약 해놓은 공항픽업하며 숙박하며 생각만해도 눈 앞이 아득하다.
다행히 한시간 뒤의 비행기를 무사히 타고 장장 6시간의 비행 끝에 두번째 환승지인 휴스턴에 도착했다.
그리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두번째 퀘스트.
바로 호텔 찾아가기다.
다음 비행은 내일 4시라 불가피하게 하룻밤을 휴스턴에서 보내야했기에 근처 호텔을 예약해두었는데 문제는 호텔행 셔틀을 어디서 어떻게 타느냐였다.
한국에서 메일로 문의하니 수화물 찾는 곳에 있는 Courtesy phone이란 것으로 걸면 된다고 했다. 하지만 이 단어가 써있는 공중전화로는 결코 호텔로 연결이 안될 것이다. 그저 구급차, 경찰서 등으로만 연결될뿐이고 홀 중앙쯤에 수화기가 달려있는 키오스크가 있어 여기서 호텔이름을 찾아 전화연결하면 된다. 다만 음질과 연결상태가 매우 안좋아 소통은 어려우며 겨우 내 위치와(어느 게이트인지) 셔틀 탑승 위치 등만 주고 받았을 뿐이다.
연락을 하고 공항 밖으로 나가면 셔틀 타는 구역이 있다. 기다리다보면 호텔 이름이 써있는 벤이 오는데 10분이 안걸려 호텔에 도착한다.
매일이 퀘스트 수행인것
어찌어찌 호텔에 찾아가 체크인을 하고 마침내 무거운 짐과 마음을 내려 놓을 수 있게 되었다. 라마다호텔은 남미여행을 통틀어 가장 좋았던 숙소였는데, 가장 비쌌으니 그럴만도 하다. 휴스턴 공항에서 매우 가깝고 무료 셔틀이 운영되기에 하루 경유할 때 편리하며 시설도 나름 호텔이라 좋은 편이다(근데 밤에 방에서 바퀴벌레 나왔다).
체크인 할때 보증금 100불을 받고, 예약자 이름의 카드가 필요하다.
조식도 여러가지 빵과 과일, 직접 만들어 먹는 와플, 스크램블 에그 등 나름 훌륭한 편.
와이파이는 나쁘지 않은 속도인데 매일 비밀번호가 바뀌는 듯 하다. 새벽에 연결이 끊겼고 아침에 물어보자 비밀번호가 바뀌었다고 했다.
호텔에서 공항까지도 셔틀이용이 가능하고 10분마다 한 대씩 있다. 셔틀 운전기사 옆에 팁 통이 있는데, 작은 돈이 없어서 어떡해야하나 싶었지만 동승자들도 안주고 내리기에 우리도 그냥 안주고 말았다.
정말이지 매일 매일 모든 상황이 새롭고 어렵고 무섭지만 지금까지는 잘 해내고 있는 것 같다..!
내일은 어떤 퀘스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