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희의 디카시 2)
저녁밥
식구 수만큼 매달렸다
허기가 감자를 먹고
볶은 김치를 먹는다
하루의 이야기 밥상으로 모여든다
<시작 노트>
어린 시절, 저녁이 되면 식구들이 둘러앉아 먹는 밥상에서는 늘 이야기꽃이 피어났다. 저녁밥상은 우리 식구들이 하루에 일어났던 사건들이 만나는 자리였다. 허겁지겁 보리밥을 혹은 죽이나 옥수수, 감자 등을 입에 넣으면서 목소리를 높여 사소한 이야기들을 주고받았다.
내가 근무하는 사무실 옆에는 작은 계곡이 있다. 관악산에서 내려오는 계곡물에는 민물고기들도 살고 있다. 어쩌다 밥 덩어리를 던져 주면 벌 때처럼 달려온다. 저 녀석들도 밥 주는 사람을 아는지 내가 다가가기만 해도 우르르 몰려온다. 그러니 빈손으로 계곡에 내려갈 수가 없다.
그날도 감자 하나 던져 주었더니 모여들었다. 그 모습은 마치 어린 시절 저녁 밥상에 모였던 우리 식구들을 보는 듯했다.
더러는 고인이 되어 만날 수 없고, 형제들도 모이기 힘든 요즘, 겨우 시장기를 면하는 저녁밥이었을지라도 이야기가 풍성했던 그 시절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