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북소리

영희의 디카시(3)

by 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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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이 벽돌공을 실어 갔다

요란한 구급차 소리는 지구를 끌어올렸다


그제야 뉴스가 온열병 주의보를 발령했다


<시작 노트>

연일 폭염과 습도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폭염이 시작되던 어느 날, 구급차의 경보음이 다급하게 울렸다. 누군가가 위급한 상태로 옮겨지는 소리였다.

구급차의 경보음은 늘 그렇듯이 가슴을 짓누른다. 소리가 가슴을 누를 때는 숨을 몰아쉬어야 한다. 나에게 구급차 경보음은 기억 저변에 웅크리고 있는 일을 끌어올리는 마중물 같은 것이다.

그날도 그렇게 숨을 몰아쉬고 있을 때, 붉게 피어 있는 원추리가 눈에 들어왔다. 피사체를 당길 수밖에 없었다. 기억과 현실의 혼재 속에서 언술 한 줄 길어 올렸다.


시간이 흐르고 나면 지나간 일에 대해 우리는, 늘 아쉬워한다. 그때 조금만 더 빨리 구급차가 도착했더라면, 그 시간에 그 사람이 그 자리에 있었더라면, 만약에, 만약에 그랬더라면.......

우주 삼라만상은 톱니처럼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 보이지 않는 패턴이 무질서해 보이는 공간에 존재하는 예측 불가능성을 우리가 미처 인식하지 못할 뿐이다.


원추리는 구급차가 내는 소리를 들으며 폭염 속에서도 제 역할을 하였을 뿐인데 나는 원추리를 통해 또 다른 이미지를 떠 올렸다.

붉은 벽돌을 지고 공사장을 오르던 벽돌공과 폭염에도 그늘을 찾지 못하는 사람들을 떠올렸다.

온열병으로 사망했다는 뉴스가 들릴 때마다 가슴에서 무거운 돌 하나 툭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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