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들(3)
새벽 4시 30분이면 잠자리에서 일어나야 하는 나는 24시간을 48시간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쌍둥이 조력자로서 내 역할은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주 5일 동안 아이들을 데리고 우리 집으로 와서 세수시키고, 밥 먹이고, 옷 입혀 등원시키는 것 까지다. 일찍 출근하는 우야 엄마 아빠는 오후에 아이들의 하원과 저녁 시간에 보살피는 역할을 번갈아 가면서 담당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출근을 해야 하는 나는 아침 시간에 동동거리며 콩을 볶아야 한다.
남들이 자는 새벽에 주방에서 내 도시락을 준비하고 아이들의 아침 먹거리도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영양도 골고루.. 조금이라도 더 먹이려는 이 갸륵한 할매 심정을 우야, 호야가 알아줄까마는 내가 지각할지언정 한 숟가락이라도 더 먹이려고 새벽부터 고군분투한다. 그렇게 준비하고 6시 10~20분경 아이들 집으로 간다. 걸어서 10여 분 거리에 있는 우야, 호야 집으로 쌍둥이 유모차를 끌고 달리는 것이다. 새벽에 쌍둥이 유모차를 끌고, 머리를 휘 날리면서 달리는 초로의 여인이 있다면 영희 할머니라고 생각하고 애잔한 눈길로 한번 쳐다 봐주면 감사하겠다.
우야집에 도착하면 아이들은 자고 있다. 허긴 6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깨어 있다면 그것도 비정상적이긴 하지만 말이다. 궁둥이를 살살 만져 가면서 공주님, 왕자님 얼른 일어나세요... 를 연발하며, 애교 섞인 목소리로 귓가를 두드린다 하여도 일어날 생각을 않는다. 그렇다고 엄마 아빠가 있는데 소리 지를 수 없고... 사뭇 상냥하게 변장한 늑대 목소리를 낼 수밖에...... 그렇게 온갖 감언이설로 데리고 나오면 엘리베이터까지 가는 길도 한나절이다. 그러니 조금 빨리 가면 안 될까? 빨리빨리~~를 입에 달고 살 수밖에 없다,
그날은 비가 내려 차를 가지고 갔다. 데리고 나오는데 주차장까지 왜 그리 먼지 “조금 더 빨리빨리 가면 안 될까?”라는 말이 나도 모르게 툭 튀어나왔다.
“할머니 사람마다 속도가 다르다구요, 빨리빨리 가 좋은 게 아니라구요. 어린이는 어린이 속도가 있단 말이에요.” 라며 우야가 불평을 쏟아 낸다.
우야의 말에 또 한 대 맞았다. 나는 아이들의 속도를 생각해 본 적이 있었나? 매일 내 시간만 중요하고 내 시간이 먼저였지.
‘미안, 미안 우야 그런데 할머니도 출근해야 하고, 너희들도 어린이집 가야 하고... 그러니 조금만 더 서두르자’라는 변명이 하마터면 입 밖으로 나올 뻔했지만 “우야 미안해 앞으로 어린이 속도에 할머니가 맞출게..” 로 우야를 달랠 수밖에.
그러나 우야, 호야, 너희들 시간에 맞추려면 할머니가 회사를 그만두어야 하는데 어쩌지? 나도 너희들과 함께 어린이 박물관도 어린이 미술관도, 무민 공원도 너희들이 원하는 곳에 다 가고 싶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