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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풍경

by 봄내춤

2020년 코로나가 전세계를 뒤흔들고 있었다. 어딘가로 갈 수도 없고 누군가와 만나서도 안 되며 극장과 연습실에 가는 것도 허락되지 않았다. 그래도 공연을 하고 싶고 사람들과 만나고 싶었다. 자의든 타의든 고립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야외 공연을 준비하였고 첫 공식 안무작을 기획해 보았다. 2020년 늦은 가을 춘천 상상마당 야외에서 그렇게 섬 공연을 진행하였다.

공연 포스터 사진_섬.jpg

섬공연은 처음 이라는 느낌이 강한 공연이다. 춘천에 와서 거의 처음 진행한 공연이었고 개인으로 주최 주관한 첫 안무작이기도 하였다. 춘천으로 이주를 결심하기 전에 잠시 춘천에 방문했을 때 상상마당 춘천에 들렀었고 그 때 너무 좋은 느낌을 받았었다. 탁 트인 느낌, 멋진 김수근 건축가의 건축물, 자연이 어우러진 공간이어서 언젠가 여기서 공연하고 싶다는 마음을 먹었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빨리 그 마음을 풀어낼 수 있었다. 공연 포스터 디자인은 백하 작가가 해주었는데 춘천에서 처음으로 관계를 맺은 친구와도 같은 사람이다. 지금도 꾸준히 서로의 작업을 응원하고 도와주며 지내고 있다.


섬작품은 총 3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자신도 모르게 섬에 오게 된 남자의 모습, 관계의 고립에 대해서 얘기하는 장면, 공간에서 거부당하는 존재에 대한 모습 등 움직임과 나레이션으로 구성된 작품은 유유히 흘러가는 강물을 배경으로 진행된다. 작품을 구상하고 작업하면서 관계의 고립, 단절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늦게 춤을 시작하고 고향을 떠나 지내면서 점차 예전에 알고 지내던 사람들과의 거리가 멀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다시 회복하려는 노력을 할 수도 있지만 어쩌면 흘러가는 강물처럼 받아들이고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공연 실연 사진_섬 2.jpg

춘천에서의 많은 것들이 낯설었다. 코로나로 인해 일상이 다 낯설어지고 혼란스러웠다. 모두 그랬을 것이다. 비대면만을 강조하고 지원해주는 상황에서 사람들과 만나고 공연을 한다는 순간의 소중함을 더 그리워하게 되었다. 공연은 관객과 만나면서 비로소 완성된다. 앞으로도 공연은 계속해서 하고 싶다. 코로나 시기에도 계속 그랬듯 공연은 이어진다. 시작되는 순간 사라지지만 그 순간은 어떤 형태로든 남아 있다. 그렇게 믿고 싶다. 섬 공연 마지막에 흘러나왔던 나레이션으로 짧은 글을 마무리 하고 싶다.



나처럼 홀로 남겨져 있을 사람을 위해

이 글을 쓰고 있다.

난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느낀다.


물리적이든,

생물학적이든,

역사적이든,


무언가가 끝나고

다시 새로운 것이 시작되는 데에는

큰 계기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작은 조짐들이 모여서

하나의 계기가 되기도 한다.


홀로 남겨져 있을 그 사람에게

하고 싶은 말은,


‘당신을 기다리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이다.

아무도 없다고 생각이 들더라도


누군가


당신을 기다리고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

틀림없는 사실이다.


나는 어릴적부터

우주에 가고 싶었는데,

그 꿈을 이루었다.


지금 이 곳은,

나에게

하나의 우주와도 같다.


마지막으로

누군가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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