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취존중
언젠가부터 자주 접하게 되는 말들이 있다. 나같은 경우에는 촉이라는 단어도 그랬고 MZ라는 말도 무척 낯설었었다. 그리고 '취향'이라는 말도 어느 순간부터 자주 듣고 나 또한 빈번하게 사용하게 되었다. 개인의 취향을 존중해줘야 한다는 표현이 자주 쓰이고 마치 예전에 개성이 중요하다며 개성시대라는 표현이 널리 쓰인 것과 비슷한 듯도 했다. 취향이라는 말은 편하면서도 존중의 뜻을 담기에 유용하고 왠지 취향이 맞다는 것은 에둘러 표현하는 효감의 표시와도 같다. 그래서인지 왠지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취향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내가 모르고 있던 색다른 취향들이 숨겨져 있을 것만 같았다.
그렇게 2022년도부터 2023년도까지 전환가게 '당신의 들판'에서 취향공유의 밤을 진행하게 되었다. 지금 찾아보니 총 열여덟번의 취향공유의 밤을 진행했었다. 그 중에서 22년도에는 12회나 진행했으니 나 스스로가 독특한 취향에 목이 말라었나보다. 훑어보면 춤, 노래, 여행, 그림, 사진, 도자기, 한복, 타로, 힙합, 댄스필름, 그림책, 명상, 뮤지컬 등 주변 지인들 혹은 지인의 지인들까지 총동원하여 왁자지껄하게 놀기도 하고 때로는 진행자의 이야기에 집중하며 새로운 장르들을 알게 되는 시간이기도 하였다.
<취향 공유의 밤 홍보물들 - 대표이미지와 제목을 진행자에게서 전달받으면
대부분의 홍보물은 내가 직접 만들었다. 고마워요 미리캔버스!>
취향공유의 밤을 하며 재밌었던 것은 그 취향이 그대로 본인의 업이 되어 살고 있는 사람이 있는 한편 취향은 취향으로 남겨두고 언젠가 그 취향만을 온전히 즐기며 살기를 바라는 분들도 있었다. 독특한 취향도 취향이지만 그 사람만의 히스토리를 듣는 시간들이 무척 즐거웠던 기억이 난다. 나도 취향 공유의 밤 프로그램을 진행했었는데 '나에게 영감을 주는 사람들'이라는 타이틀로 내가 좋아하는 댄서들과 안무가, 움직임 교육자 등을 소개하였다. 공유할 자료들을 준비하다 보니 나 스스로의 이야기가 정리가 되고 오랜만에 꺼내보는 나의 최애들에게 사뭇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아마 다른 분들도 그러했을 것이다.
SNS나 유튜브, 인터넷을 통해서 우리는 쉽게 원하는 자료들을 찾을 수 있고 똑똑한 AI는 질문만 잘하면 내가 알고 싶은 것들을 순식간에 찾아서 알려주고 원하는 결과물을 금방 만들어준다. 도저히 사람이 따라할 수 없는 속도이다. 그러한 자료의 수집은 결국 지금까지 축적된 데이터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무척 유용하다. 대신 취향은 없다. 비슷한 듯 다른 것들 중에서 고심하고 시간을 들여 모으고 분류하고 다시 거기서 파생해서 새로운 매력들을 발견해내고 자신만의 컬렉터를 만들어가는 재미는 어려서부터 우리가 경험하는 무척 소중한 개인유산이다. 당신의 취향은 무엇입니까? 당신의 이야기가 스며들어 있는 취향을 들어보고 싶다. 물론 나만 알고 싶은 취향도 분명 존재할테지만 말이다. 개취존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