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우리를 사냥하지 마
우리를 사냥하지 마
- 에바 린드스트룀
사냥은 싫고 체조와 도토리가 좋은 다람쥐 두 마리와 토끼 한 마리가 있다.
그리고 그저 조용히 평화롭게 살고 싶을 뿐인데 숲에는 사냥꾼이 있다.
어느 날.. 한쪽 귀에 총을 맞아버린 토끼와 다람쥐 이야기.
리더십과 주장이 강한 다람쥐.
제목부터 ‘사냥하지 마세요’가 아닌, 사냥하지 마!라고 되어 있다.
여리고 작은 다람쥐는 어디서 그런 힘이 나왔던 걸까?
둘이라서 가능했던 걸까?
혼자였다면 무시무시한 동물들과 사냥꾼 앞에서
“반대. 반대예요. 절대 반대예요”라고 말할 수 있었을까.
나는 못했다. 아니 하지 않았다.
옆에서 아무 말 없이 다람쥐 편에 있었던 토끼처럼.
아니면 절대다수 찬성 편에 슬그머니 발꼬락 끝만 담그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싸우는 것도 싫고 내 주장을 내세우는 것은 더 무섭다.
언젠가 남편이 그랬다. 세상 살아가는데 조금만 비겁하면 편하게 살 수 있다고.
나도 나쁜 마음이 들 때가 많으니깐 누군가는 나를 보고 비겁하다 할 수 있겠다.
이왕 그렇게 비친다면 조금만 더 비겁하게 살아보련다.
생각해 봐, 나쁜 일은 아무한테나 생길 수 있어
토끼가 말했어요.
하지만 우리는 아무나 가 아니잖아요.
맞다. 나쁜 일은 아무한테나 생길 수 있지.
차사고가 나기도 했었고, 일도 잘 풀리지 않았고 아프기도 했었다.
그만 좋은 일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기도한게 한두 번이 아닌데 잘 되지 않았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평화로운 날도 있었는데,
하루 중 단 1분. 기분 좋지 않은 1분이 하루를 온통 무채색으로 바꾸어버리고 그날, 일주일, 한 달은 좋지 않은 기억으로 덮어 버린다.
분명 열 개중 아홉 개는 좋은 일인데 한 가지 나쁜 일로 마치 모든 삶이 그랬던 것처럼 먹구름으로 가득 채워버린다.
왜 그런 걸까. 회복 탄력성이 다시 떨어진 탓일까?
이럴 땐 남탓 하는 게 정신건강에 이롭다.
나의 남 탓은 기도한 그분께 해본다.
'아무나 가 아니라면서요!'
'저도 행운 같은 것 좀 주면 안 되나요!' .
이제 나는 조금은 비겁한 삶을 살아가면서 행운도 바라는 점점 약아빠진 아줌마가 되어 간다.
언젠가 우리에게 조용하고 평화로운 날이 찾아오겠죠.
호수에 비친 우리를 가만히 바라봐요.
호수에 비친 나를, 거울에 비친 나를, 가만히 바라본 적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다.
'우리 좀 멋지지'라고 다람쥐가 말한 것처럼
'나 이제 좀 멋지다'라고 말할 수 있는 날이 올까?
성당 미사의 마지막 인사처럼 누군가의 평화를 비는 삶.
나는 꿈꾼다.
바람소리, 파도소리, 계절이 바뀌는 소리를 들으며 조용하고 평화롭게 지나는 일상을.
이제 이 아줌마는 비겁하고 행운도 바라는 약아빠진 삶에서 평화까지 빌어본다.
우리를! 그리고 나를 사냥하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