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웰리안

by 디영

1948년, 형님이 글을 남겼다,

그날의 일이기도 하고

과거와 가까운 미래를 접어 겹쳐놨으며

먼 훗날 반복되는 그런 이야기.


과거로부터 두꺼운 뱀이 돌아왔다.

지금 여기 살아있고

미래가 있다면,

거기에도 똬리를 틀고 있을—

주머니 속 빈약한 정신은

뚫고 나갈 힘이 없어

형님을 생각한다.


여전히 반복되고 있어요 형님,

사방에서 깃발이 거꾸로 펄럭입니다

일어나 보세요,

살갗 없는 손에 펜을 쥐어드려요

분필 같은 손가락

주머니에 담아 가도 될까요?


아직 시간 여행은 불가능하다던데

지금, 우리는

1933년 어딘가를 지나고 있어요,

좀 일어나 보세요

아니면 제가 곁에 누워도 될까요?

누워도 될까요.





작가의 말

조지 오웰의 『1984』는 ‘과거를 통제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한다’는 명제를 남겼습니다. 이 시는 그 문장처럼, 반복되는 역사와 다시 고개를 드는 전체주의에 대한 두려움을 담고 있습니다.

‘형님’은 오웰이자, 동시에 모든 경고자이기도 합니다. 현실에 무력한 화자가, 되살아나지 않는 목소리를 불러내려 애쓰는 장면은, 시대가 돌고 도는 것에 대한 막막함이자 마지막 윤리적 몸짓입니다.




Orwellian


In 1948, my elder brother left behind a piece of writing.

It spoke of that day,

of a future folded neatly over the past,

a story that would be told again, far ahead.


A thick serpent has returned from the past.

It lives here, now.

And if there is a future,

it will be coiled tightly there, too—

My threadbare mind in a shallow pocket

has no strength to push through.

So I think of you, brother.


It’s still repeating, brother.

Flags hang upside down, flapping from every direction.

Please rise—

I place a pen in your skinless hand,

your fingers chalk-white.

May I tuck them in my pocket?


Time travel is still impossible, they say.

And yet,

we are moving through some version of 1933.

Please rise.

Or may I lie beside you?

May I lie beside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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