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나는 강물이었고
가라앉듯 깊었고
어둔데서 도약해 하늘로 왔다
나는 수증기 방울이었고
두꺼운 안개뭉치처럼
하늘의 파랑을 어지럽혔다
나는 운명처럼 낙하해
진흙에 길을 내는 빗물이 되었고
뿌리가 흠뻑 들이키면
잔디가, 사과가 될 것이다
내가 누구인지 아는 사람은 없다
강물이 강이 아니고
빗물이 비가 아니듯
나는 나로 수렴되지 않으므로
말보다 사유가 앞서는 시를 자주 씁니다. 언어로는 다 닿지 않는 것들을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