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가 없다면 자유로우리라
손바닥으로 등을 쓰다듬거나
어깨를 기대거나
천천히 눈을 깜빡이는 것으로
말하게 되리라
느낌만이 남으리라
기쁠 때엔 나무를 껴안고 비에 흠뻑 젖으리라
슬플 때엔 창을 열어둔 채 잠들리라
그리울 땐 어둠 속 가장 희미한 별을 가리키리라
미움이란 겨울밤 호수 주위를 걷는 맨발,
용서란 돌아와 신는 양말,
사랑이란 향기 나는 종이로 접은 돛단배
그 배를 심장에 대고 부는 휘파람이리라
그러나 언어는 마지막까지 있으리라
우리의 모든 느낌은
언어로 해석되리라
희석되리라
제한되고 배제되리라
언어가 걸러낸 느낌은
꿈속에, 명치끝에 남으리라
그리하여 우리는
진실로 느껴보지 못하리라
많은 언어가 있지만
그 속에
느끼는 우리는 없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