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by 디영

언어가 없다면 자유로우리라


손바닥으로 등을 쓰다듬거나

어깨를 기대거나

천천히 눈을 깜빡이는 것으로

말하게 되리라

느낌만이 남으리라


기쁠 때엔 나무를 껴안고 비에 흠뻑 젖으리라

슬플 때엔 창을 열어둔 채 잠들리라

그리울 땐 어둠 속 가장 희미한 별을 가리키리라


미움이란 겨울밤 호수 주위를 걷는 맨발,

용서란 돌아와 신는 양말,

사랑이란 향기 나는 종이로 접은 돛단배

그 배를 심장에 대고 부는 휘파람이리라


그러나 언어는 마지막까지 있으리라


우리의 모든 느낌은

언어로 해석되리라

희석되리라

제한되고 배제되리라


언어가 걸러낸 느낌은

꿈속에, 명치끝에 남으리라

그리하여 우리는

진실로 느껴보지 못하리라


많은 언어가 있지만

그 속에

느끼는 우리는 없으리라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돌아가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