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오로와 아레오파고스

전세권(바오로) 노사제의 유머 코드

by 최익석bomiromi

천주쟁이 공동체의 이야기 마당에 읊었던 잡문 하나 옮겨옵니다.^^


찬미 예수.

모처럼 여느 소셜미디어(SNS)가 아닌 이곳 우리 공동체의 이야기 마당에 글을 남깁니다.

1.

오늘은 부활 제6주간 수요일.

미사 주례는 어제에 이어 다시 찾아 주신 원로 사제 전세권 바오로 신부님이 맡으셨죠.

요셉 주임신부님께서 교구 피정 중이신 까닭입니다.

어제는 당신의 강론 내용을 정리하여 책으로 엮으신 것을 제게 친히 건네주셨는데 책자 속 당신의 프로필을 보니 1938년 생이시군요. 만 87세. 속초 이웃 마을인 고성군 産. 신학교(서울가톨릭大) 입학 전 우체국 직원이었던 독특한 이력을 지니고 계십니다.(김운회(루카) 주교님의 격려사에서 확인)


아시는 바와 같이 꽤나 정정하십니다.

카랑카랑한 목소리에 작으나 다부진(?) 외모로는 많이 봐드려야 칠십(70) 초중반 대 정도입니다.

미사전례 중 통상문이나 복음을 읽으실 때 모방 불가능한 독특한 억양과 자유롭게 강론하실 때의 억양이 사뭇 다른 특징을 지니고 계시더군요.

2.

오늘 강론 중에 재밌었던 내용 하나 소개합니다.

1독서(사도행전 ACTS, 17, 15, 22-18.1)의 내용 중 사도 바오로가 '에피쿠로스와 스토아학파의 몇몇 철학자'들과 대담을 나눈 아테네의 아레오파고스(Aeropagus)가 4,5백 년 전 소크라테스, 아리스토텔레스도 일장 연설을 하곤 했던 유서 깊은 장소였다는 설명을 곁들이며 바오로가 그만큼 대단한 인물이었음을 강조합니다.

그러더니, 17장 15절의 마지막 부분에 대해 토를 답니다.

"바오로를 안내하던 이들은 그를 아테네까지 인도하고 가서, 자기에게 되도록 빨리 오라고 실라스와 티모테오에게 전하라는 그의 지시를 받고 돌아왔다."

돌아왔다?

'돌아갔다'면 돌아갔다라고 해야 문맥에 맞지 왜 '돌아왔다'라고 하는겨?

'공동번역' 성서에도 '돌아갔다'로 되어 있는데 지금의 (주교회의 발간) '성경'에는 '돌아왔다'야...

모 영어 성경을 살펴보니 'departed'라고 되어 있어.

근데 또 다른 영어 성경인 뉴 아메리칸 바이블(The New American Bible)에는 'came away'라고 되어 있더라구. come은 '오다'이고 away는 '떠나다', '멀어지다' 등의 의미인데 뭐가 맞는 거야 이거.

내가 영어를 못하는 것도 아닌데 이해가 안 돼.

돌아버리겠네...

푸하하하.

내일모레면 구순의 노사제가 또렷또렷한 음성으로 전하는 만담 비슷한 강론에 듣고 있던 교우들이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웃음보를 터뜨렸습니다

'구여우신 냥반!!!'

3.

집에 돌아와서 저도 갖고 있는 뉴 아메리칸 바이블을 펼쳐 보았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come away'라고 쓰여 있습니다. 영어를 쬐금 알고 있다는 저도 궁금하여 네이버 사전을 서치 해 보았겠죠.

come away: 거기를 떠나서 (이쪽으로) 오너라

(즉, 명령어)

come away with ~ : (어떤 인상·느낌을) 갖고 떠나다

17장 15절의 영어 구절은 이렇습니다.

"After Paul's escorts had taken him to Athens, they came away with instructions for Silas and

Timothy to join him as soon as possible."

영어, 어렵습니다.ㅋㅇ


4.

그리스어 원어로 봐야 더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겠지만 그런다고 저 같은 까막눈이 뭔 그리스어인들 읽고 이해하겠습니까.

15절 이전의 문장을 보면 실라스와 티모테오는 '베로이아'라는 곳에 있군요. 그곳에서 그들과 함께 지내며 복음을 전하던 바오로를 테살로니카의 유다인들이 그곳까지 쫓아와 겁박을 하자 실라스와 티모테오는 사람을 붙여 바오로를 바닷가로 피신(?)시켰고, 이내 바오로는 아테네까지 가게 됩니다. 바오로는 그 안내자를 다시 베로이아로 '떠나보내' 실라스와 티모테오를 아테네로 되도록(ASAP) 빨리 오라고 하는 광경인 거죠.

뭐, 그닥 중요한 대목은 아닌 것 같은데

오늘의 '구여운' 바오로 신부는 신변의 위협을 느끼며 뒤지게 심각했을 왕년의 바오로를 그리며 웃자고 한 소절 읊으셨던 겁니다. 푸허허허허.

성당 입구에 내려 앉은 이름 모를 새. 파스칼 수녀님이 새 이름을 무척이나 궁금해하시기에 살살 쫓아가 한방 찍었다. 핸펀이 부실하여 더 이상 줌업하기에는 한계가….이름? 모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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