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문(Pink Moon)

부활절에 떠나가는 새

by 최익석bomiromi

4.13일, 일요일.

춘분(3.21일) 이후 첫 번째 보름달이 뜨는 날이다. 미국에서는 4월에 뜨는 첫 보름달을 핑크문(Pink Moon)이라 부른단다. 미국 원주민의 농업달력(Farmer’s Almanac)에 의한다. 달 자체가 핑크색이라서가 아니라 이 계절에 피는 야생화인 ‘Phlox subulata’(패랭이꽃의 일종)의 색깔이 분홍색이라는 데 기인한다. 이 꽃을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행운이 따를지는 두고 볼 일이다. 그전에, 오전 중 약간 흐린 탓에 저녁에 꽉 찬 투명한 보름달을 볼 수 있을지가 살짝 더 걱정된다.

Phlox subulata. ’선재풀‘이라 번역한 자료도 있다. 정확한 의미는? 꼭 알아야 할까?(출처: 나무위키)
그제 운전 중 포착한 도로 위의 달.(왼쪽) 이미 충분히 둥글었다./어제 숙소 뒷마당에서 잡힌 사막의 노을. 며칠 후 세도나(Sedona)에서 제대로 된 사막 석양노을을.

4월 이 시기 애리조나 사막 지대에 유독 많이 피어있는 꽃나무가 있다. 이곳 피닉스(Pheonix)에도 온통 노란 꽃이 만발해 있는 것이 가로수며, 숙소인 에어비앤비(airbnb) 뒷마당이며, 둘째가 몸담게 될 의대 캠퍼스며 구분하지 않는다. 사진을 찍어 챗 GPT에 물어보니 꽃나무 이름은 팔로 베르데(Palo Verde). 녹색 나무란 뜻이다. 나무줄기와 가지가 녹색인 까닭이다. 봄철인 4,5월에 만발하는데 극심한 건조 기후를 갖는 사막 지대에서 잘 견딘다고 한다. 보기에도 매우 예뻐 관상용은 물론 도시 녹화에도 유리하여 천지에 널려 있는 듯하다. 마치 4월의 우리네 벚꽃에 다름 아니다. 다만 사람에 따라 알레르기를 유발하기도 하는 모양이다. 어제저녁 숙소 뒷마당 팔로 베르데 밑에 설치된 ‘자쿠지’에 함께 몸을 담근 세 아이(1,2호 딸과 둘째 사위 마이클) 중 큰아이 보미는 오늘 아침 눈이 약간 부었다. 온 가족이 연유를 캐어 본 결과 주범(?)은 팔로 베르데. 첫째는 유독 꽃가루 등에 약해 번번이 고생한다.

숙소 뒷마당의 팔로 베드데와 자쿠지. 탕 위의 커버만 들춰 내니 이미 데워진 믈이 그득했다.

4월임에도 사막의 태양은 이미 충분히 뜨겁다. 한낮 기온이 35도를 웃돈다. 이른 아침에도 20도를 넘어선다. 다행히 습도는 8% 내외로 실내와 그늘에서는

쾌적한 상태를 유지한다. 인간이 사막에 라스 베가스나 피닉스와 같은 문명을 건설할 수 있었던 결정적 요인은 에어컨의 발명 때문이라는데 글쎄다, 개인적으로는 이도 필요 없겠다 싶을 정도로 견딜만하다.

어제 이시각 즈음의 Pheonix(Scottsdale) 온도

오늘 초저녁, 둘째는 이곳 사막 도시에서 혼례를 치른다. 가까운 친구 일부와 ’오직‘ 양가 부모. 형제만이 참석하는 찐 작은 결혼식이다. 지난 연말 우리 부부가 지방살이 중인 속초 작은 성당에서 천주쟁이 방식의 혼배(관면)를 치른 바 있지만 주인공인 두 아이 신랑. 신부는 그래도 여전히 긴장이 되는 모양이다. 왜 아니겠는가. 부모 도움 없이 오로지 자신들이 주도하여 마련한 잔치이니.


다음 주 일요일이 부활절이다.

핑크문 다음 주 일요일. 두 아이는 새롭게 부활하여 자신들의 삶도 새롭게 엮어갈 것이다. 하늘은 최소한 오늘만큼은 이 아이들에게 온전히 이 세상을 내어 주셨음이니.

메이요 클리닉 의대, 병원(피닉스, 스캇츠데일 캠퍼스). 둘째는 5월부터 이곳에서 박사 후 과정(포닥)을 이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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