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의 축복
나의 대학생활의 꽃이 언제냐고 묻는다면
아마도 학부대표 시절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린시절부터 나서는 걸 좋아하긴 했다.
하지만 감투를 쓰는 것이 그렇게 좋은 일만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가는 어른이 되가고 있을 무렵,
한 학기 학부 임원활동을 열심히 하고
전 학부대표 오빠에게 제안을 받았다.
'한번 해볼까' 라고 결심을 하게 된 건
첫째, 너무 좋은 친구를 만났다.
임원을 같이 했던 친구 중 한명이 부대표를 하겠다고 했고
이 친구와 함께라면 충분히 해낼 수 있겠다 싶었다.
그때는 지금보다 더 어렸고 미숙했지만,
우리는 꾸준히 대화로 학부의 일과 행사를 잘 진행해나갔다.
둘째, 공부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었다.
학교와 학부의 특성상
신앙적으로는 뜨겁지만 정작 세상에 나갈 준비가 미흡해 보이는 부분들이 많았다.
그래서 당시 내가 주도했던 행사들을 보면, 졸업생들을 모시고 하는 행사나
진로관련 행사들이 많았다.
나의 이슈가 곧 학부의 이슈라고 생각하며
'먹고 살 고민'을 하는 학부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지금 글을 쓰면서 드는 생각은 이 때부터 나는 먹고살 고민이 깊었던 것 같다.
우리 학부에는 두 전공, 상담심리와 사회복지가 있었다. 교수님들은 두 가지 전공이 필수인 우리들에게 ‘순수 상사’를 강조하며 두 전공을 같이 하길 바라셨다.
나는 당시 상담과 영문학을 전공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는데 이미 사회복지 수업에 너무 감명받은 뒤라 두 전공을 같이 하기로 결정한 상태.
상담심리는 확실했지만 사회복지는 계속 긴가민가했는데 학부대표를 하면서 가장 써포트를 많이 해주시고 지금까지도 연락하는 삶의 멘토인 교수님이 사회복지 전공이셔서 그 길을 가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옆에 있던 나의 부대표 친구도 사회복지와 법 전공이었는데 사회복지에 대한 마인드가 상당했다. 그 영향도 컸던 것 같다.
돌이켜보면 이 시절에는 누구를 만났는지가 참 중요했다.
그렇게 ‘순수상사’로서 학부대표는
아이디어를 마구 쏟아내 행사와 임원회의를 하고
나의 친구 부대표는 내 아이디어를 모으고 담아
옆에서 열심히 협력해줬다.
이 시기에 진로캠프도 하면서
전문상담교사 선배도 만났던 기억이 있다.
진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 편.
나중에 남편의 친구로부터 들은 얘긴데,
그 분의 여자친구가 우리 학부였는데
내가 학부대표로서 참 좋았고 일을 잘 한다고 느꼈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너무 뿌듯했다.
내가 만난 친구,
내가 만난 교수님,
내가 만난 선배.
그 만남들이 지금의 나를 빚어놓았나보다.
그 시절 내가 만났던 인연들, 그리고 그들과 함께 나눈 것들로 인해 나의 작은 부분이라도 완성이 되었을 것이다.
내 삶은 타인의 빚으로 이루어진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