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멈추지 않는 소리
연주를 시작하면 손은 쉬지 않았고,
리듬은 계속 앞으로만 나아갔다.
누가 신호를 주지 않아도,
곡이 끝났다는 말이 없어도,
은찬이의 드럼은 스스로 멈추는 법을 몰랐다.
그건 실력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오히려 너무 정확해서였다.
박자는 한 번도 흐트러지지 않았고,
속도는 점점 더 빨라졌다.
멈추지 않으면,
생각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었다.
은찬이의 머릿속에는
늘 같은 장면이 있었다.
어릴 때부터 집 안은 조용하지 않았다.
갑자기 높아지는 목소리,
문이 세게 닫히는 소리,
깨지는 그릇 소리.
그때마다 은찬이는 방 한쪽에 웅크려 앉아
귀를 막았다.
하지만 귀를 막아도
소리는 안으로 들어왔다.
그래서 은찬이는
다른 소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탁. 탁. 탁.
처음엔 손바닥으로 바닥을 쳤고,
나중엔 책상,
그리고 드럼으로.
자기 소리가 더 커지면
밖의 소리는 조금 작아졌다.
멈추지 않으면
아프지 않아도 됐다.
봄울학교 음악실에서도
은찬이의 드럼은 자주 멈추지 않았다.
곡이 끝났는데도
리듬은 계속 이어졌고,
다른 아이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서로를 보았다.
그날도 그랬다.
은찬이는 점점 더 세게, 더 빠르게 드럼을 쳤다.
손은 이미 아팠지만 멈추지 않았다.
그때였다. 기타 소리가 멎었다.
피아노도, 노래도 멈췄다.
하지만 아무도 “그만해”라고 말하지 않았다.
대신 하나가 은찬이 앞으로 걸어 나왔다.
하나는 드럼 앞에 서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은찬이의 리듬 안으로 천천히 들어갔다.
발을 디뎠고, 어깨를 흔들었고, 손으로 공기를 그렸다.
드럼 소리가 빠를수록 하나의 움직임은 더 커졌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하나는 속도를 늦췄다.
아주 조금씩.
은찬이의 손이 그걸 따라왔다.
탁—
탁—
드럼 소리가 처음으로 숨을 쉬었다.
은찬이는 그제야 손을 멈췄다.
음악실 안이 조용해졌다.
은찬이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멈추면 무언가가 다시 올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때 음악 선생님이 말했다.
“은찬아. 멈춰도 괜찮아.”
그 말은 지시가 아니었다.
허락 같았다.
은찬이는 처음으로
아무 소리도 내지 않은 채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날 이후
은찬이의 드럼은 달라졌다.
여전히 정확했지만
이제는 멈출 줄도 알았다.
멈춘 뒤에도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은찬이는 알게 되었다.
소리를 멈춘다고 해서
자기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걸.
자기 자신을 지키는 방법이
꼭 계속 치는 것만은 아니라는 걸.
봄울밴드는 그날 이후로
연습을 시작하기 전에
잠시 멈추는 시간을 가졌다.
아무도 연주하지 않았다.
그 짧은 침묵 속에서
아이들은 서로의 숨을 들었다.
은찬이는 그 시간에
드럼 스틱을 내려놓고
가만히 앉아 있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조용한 마음으로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