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마다 잎은 없고,
하늘을 향해 뻗은 선들만 남아 있다.
조금 쓸쓸해 보이기도 하고,
아직은 차가운 계절이 남아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그 아래,
우리 집 마당에는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노란 꽃들이
하나둘 고개를 들고 있었다.
며칠 전,
남편이 사온 꽃이었다.
그리고 그 꽃은
이미 이곳에 자리를 잡고 있던
시어머니의 손길 위에
조용히 더해졌다.
누군가는 심고,
누군가는 가져오고,
나는 그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각자의 방식으로 지나온 시간이
한 자리에서 만났다.
나는 그 앞에 서서
잠시 멈춰 있었다.
보은은
다른 지역보다 계절이 조금 느린 편이다.
어디서는 벌써
벚꽃이 피었다는 이야기가 들려오는데,
이곳의 나무들은
아직 겨울을 조금 더 붙잡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일까.
이 마당에 먼저 피어난 꽃들이
더 또렷하게 느껴졌다.
세상이 이미 봄이라고 말할 때,
이곳에서는
이 꽃들이 먼저 봄을 시작하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삶도 비슷한 것 같다.
어떤 부분은 아직
겨울처럼 느껴지는데,
어떤 곳에서는
이미 꽃이 피어 있다.
나는 종종
내 안의 겨울만 바라보며
“아직은 아닌가 보다”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오늘,
이 꽃들을 보면서 알게 되었다.
봄은
한꺼번에 오는 것이 아니라,
조용히,
먼저 피어나는 곳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그래서
조금 마음이 놓였다.
지금 내 삶에도
이미 피어 있는 것들이 있다는 사실이.
아직은 전부가 아니어도,
이미 시작되었다는 사실이.
나는 그 꽃들 앞에서
조용히 웃었다.
그리고
이 순간을 남겨두고 싶어
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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