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를 준비 중입니다

1장. 나만 남겨진 사무실

by 봄울

퇴근 20분 전이었다.

컴퓨터 화면에는 ‘안전용품 구매 내역’이라는 파일이 떠 있었고,
책상 위에는 정리되지 않은 영수증과 서류가 흩어져 있었다.
나는 지난 24년과 25년의 안전용품 구매 내역을
한 장 한 장 대조하며 정리하고 있었다.


아무도 없는 사무실.
형광등 불빛만이 내 머리 위에서 희미하게 떨리고 있었다.
문득, 너무 조용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의 발걸음과 말소리가 분주하게 오갔는데
순식간에 모든 소리가 사라졌다.


나는 의아한 마음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창밖을 힐끗 내려다보았다.


어느새 상무와 직원들이
주차장을 걸어 나가는 뒷모습이 보였다.
가볍게 웃는 모습,
어깨를 툭툭 치며 대화를 나누는 모습,
그리고 그 사이에 없는 나.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나만 남겨졌다는 사실을.


누군가는 잠시 나가 있나 보다 생각하며
의식을 하지 못했던 그 순간,
문득 스쳐간 기억이 하나 있었다.


아까 상무가 말했다.
“이것만 정리하고 퇴근하세요.”


그 말의 의미를 이제야 정확히 이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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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울은 ‘보물’이라는 뜻을 품은 이름입니다. 사람과 하루 속에 숨어 있는 보물을 발견하는 관찰자입니다. 발달이 느린 두 아이와 함께 상처보다 은혜를 더 오래 바라보는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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