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장. 떠날 준비는 마음속에서 조용히 시작된다
바로 사직서를 쓰는 건 아니다.
오히려 가장 먼저 움직이는 건
종이에 적힌 글자가 아니라
내 마음속의 조용한 변화였다.
나는 어느 날 문득 깨달았다.
내가 퇴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가장 먼저 알아차린 건
회사도, 상무도, 동료도 아니었다.
바로 나 자신이었다.
예전에는 출근길에
오늘 해야 할 일을 정리했다.
이것부터 하고, 그다음엔 저거 하고…
나름대로 흐름을 만들며
내가 맡아야 할 일에 마음을 쏟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오늘 하루는 무사히 지나갔으면 좋겠다.”
“누가 또 갑자기 뭐 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무 일만 없으면 좋겠다.”
나는 일을 하러 가는 게 아니라
문제가 생기지 않기만을 바라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 변화를 인지한 순간
퇴사의 씨앗은 이미 싹트고 있었다.
최선을 다해 서류를 정리하고,
사라진 내용들을 복구하고,
업무 프로세스를 정리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감사도 인정도 아니었다.
그저
“그 파일도 알아서 정리해 놔요.”
“그건 원래 하던 사람이 하는 거잖아요.”
내가 만든 결과물은
내 책임이었고,
내가 도와준 일들은
곧 ‘내 고유 업무’가 되었다.
성과는 사라지고
업무만 늘어나는 구조였다.
어느 날, 서류 더미를 정리하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렇게까지 힘을 쏟아도
회사에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겠구나.’
그 공허함은
퇴사를 결심하게 만든 중요한 재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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