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한다. 소설 <Normal People>은 고등학교에서 대학생, 성인이 되면서 겪는 풍경의 변화를 담아낸 이야기이다. ‘저자는 왜 제목을 <정상적인 사람들>이라고 지었을까?’라는 궁금증을 갖고 책을 집어 들었다. 소설의 주인공인 메리엔과 코넬은 사회적 기준으로 볼 때 정상과 다소 거리가 멀어 보이고 심지어 ‘비정상’이라는 소리는 듣는 인물이다.
아일랜드 Carricklea라는 작은 소도시 고등학교에서 메리엔은 동급생들에게 비정상으로 여겨진다. 다른 친구들과 말을 섞지 않고 학교 선생님께 서슴없이 대들지만 성적은 좋고 집도 잘 사는 메리엔을 다들 멀리한다. 메리엔 스스로도 그런 친구들과 대화할 마음이 별로 없어 보이는 ‘자발적 아싸’를 자처한다. 이런 그녀와 유일하게 대화하는 이가 바로 코넬이다. 코넬은 친구들과 사이도 좋고 학교 운동부에서 활약하며 공부도 잘하는 ‘인싸’다.
접점이라고는 도무지 찾아볼 수 없는 이 둘의 만남이 소설의 시작이다. 메리엔은 자신의 집에 도우미로 일하는 어머니를 데리러 오는 코넬과 대화하며 그에게 점점 호감을 느낀다. 코넬도 메리엔과 대화할 때 완전한 프라이버시를 느끼며 아무리 이상한 이야기라도 털어놓을 수 있는 안도감을 느낀다. 하지만 코넬은 타인의 눈을 의식해 메리엔과 사귀는 것을 친구들에게 비밀로 하고 결국 메리엔에게 상처를 줘 헤어진다.
더블린의 트리니티 대학생이 된 후 메리엔과 코넬의 처지는 완전히 뒤바뀐다. 메리엔은 대학에서 사교계의 여왕이 됐다. 자기의 의견을 거침없이 똑 부러지게 말하는 메리엔의 성격은 당당함으로 여겨진다. 부유한 또래 친구들과 술, 담배, 마약, 파티를 즐기는 메리엔은 어딜 가든 환영받는 존재다. 반면 코넬은 아는 이가 하나도 없는 대학에서 평일엔 밤늦게까지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주말엔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비를 버는 ‘너드’가 돼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리엔과 코넬은 다시 사랑을 시작한다. 서로의 기쁨과 슬픔을 이해하면서 서로를 연인으로 규정하지 않는 애매한 상태를 계속 이어간다.
하지만 둘의 결핍이 아직 해결되지 않아 관계에 균열이 발생한다. 메리엔은 어렸을 때 학대의 경험으로 맞는 것을 즐기는 마조히즘 성적 취향을 지녔다. 그래서 코넬과의 잠자리에서 자신을 때려주기를 원하고, 스웨덴에서 루카스의 가학적인 사진 촬영을 용인한 것도 그런 결핍의 결과다. 반면 코넬은 학창 시절 친구들에게 속내를 드러내지 못해 외로움을 느꼈다. 또 대학에선 자신의 부모가 얼마나 많이 버나 경쟁하는 사람들 때문에 실망하고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
둘은 서로가 있었기에 각자의 외로움을 견딜 수 있었다. 메리엔은 코넬 덕분에 가족으로부터 받은 상처를 치유하고 스스로 가치 없는 존재라고 느꼈던 감정을 무력화할 수 있었다. 코넬 역시 메리엔 덕분에 자신이 글쓰기에 재능이 있음을 발견하고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온전히 행복할 수 있었다. 소설의 말미에 둘은 각자의 꿈을 위해 헤어짐을 암시하지만 언제나 그랬든 완전한 이별은 아니다. 이 둘은 이제 각자의 서는 곳이 달라도 항상 서로를 응원하고 믿어주는 존재가 있음을 알기에 잠깐의 이별을 슬퍼하지 않는다.
<Normal People>이 소설과 드라마로 각광을 받은 이유는 단순히 메리엔과 코넬의 사랑 이야기 때문만은 아니다. 누구나 성장 과정에서 인간관계, 주변 환경의 변화를 겪으며 느꼈을 결핍과 혼란이 고스란히 이야기에 담겨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의 이야기는 누구나 겪을 만한 ‘정상적이고 보통인 사람들’의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