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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나쓰 Nov 30. 2023

나는 괜찮다.


"나는 괜찮다."

괜찮지 않은 나는 괜찮다고 하루종일 스스로를 세뇌시킨다. 괜찮다는 의미는 나쁘지는 않고 오히려 좋은 쪽에 가까우며 근심거리가 없다는 뜻일 텐데 나는 그렇지가 않다. 그럼에도 내내 "나는 괜찮다."를 크게 몇 번을 말한다. 혼잣말을 하는 건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라는 글을 읽은 적 있다. 그럼 혼잣말을 하는 건 외로움 때문인가 했는데 자각의 의미가 더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나이를 어디로 먹었을까 생각하며 자책을 하다가 나를 화내게 한 가까운 사람의 오만을 원망하다가 마음이 휘청거린다. 평정심이 완전히 무너진다면 그날은 하루종일 심란하고 우울할 것이다. 상한 감정이 내 일상을 망치게 두지 않기로 한다.


내 감정이 어디로 튈지 모를 때는 아무도 곁에 없기를 바란다. 고장 난 감정의 불똥이 누구에게 해를 끼칠지 모르기 때문이다. 곁에 있는 사람은 내 사과 반쪽만 먹어도 죽은 죄를 진 것처럼 말로 몰매를 맞을 것이다. 화의 영역이 누군가에게 미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방어해 본다. 


나를 진정시키기.


너무 서운해도, 너무 분해도, 너무 사랑해도, 너무 미워해도 화가 날 수 있다. 나 역시 비슷한 이유들로 불같이 화를 낼 때가 있다. 지금은 그런 일이 없지만 작년 초까지만 해도 종종 그렇게 화를 드러냈다. 참는 것을 워낙 잘 하지만 그 참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몸집이 불어 활화산처럼 터져 버린 때였다. 처음에는 나 자신이 억울한 문제였지만 화를 내고 나면 그만큼 미안한 일도 없다.


처음에는 분명 엄지손톱만 한 불덩이였는데 어느 틈에 활활 타올라 나를 태워먹을 수준이 되는지는 알 수 없다. 아니, 알고 있지만 느끼지 못하고 터져 버리는 것이다. 초반에 진정이 되어야 일상이 후회 없이 지나간다.


울분이 느껴지면 나는 일단, 복식호흡을 다섯 번 정도 한다. 그러고 나서 물을 마신다. 물을 마시는 것은 꽤 효과가 있다. 찬물이 장기를 타고 내려가면서 열기가 함께 흘러 내려간다. 그러고 나서 좋아하는 일에 몰두를 한다. 게임이나 운동처럼 집중도가 높은 행위일수록 좋다. 한두 시간 정신없이 지나고 나면 머릿속이 좀 더 개운해져 있다. 그리고 나면 차를 한 잔 하고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들으며 소일거리를 한다.


소중한 사람일수록 서로 아껴주고 보듬어 줘야 하지만 의도하지 않게 상처를 주고받을 때가 있다. 금방 화해가 된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상처를 받아 무척 화가 날 정도면 시간이 좀 필요하다. 거리를 두고 다친 마음의 화가 가슴아래로 내려가기를 기다려야 한다. 화가 오른 순간을 지혜롭게 잘 넘기고 나면 두 번의 상처는 입지 않을 수 있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화가 날 때에도 인간적인 무례를 범하지 않고 사랑하는 모습을 남겨주는 것이 중요하다 화가 났을 때 거리 두기를 하는 것은 적극 추천한다. 굳이 원하지 않더라도, 그 거리에서 서로의 말속에 숨어있는 진정한 의미를 생각하고 과정의 모순을 되짚다 보면 이해하는 마음이 저절로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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