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괜찮다."
괜찮지 않은 나는 괜찮다고 하루종일 스스로를 세뇌시킨다. 괜찮다는 의미는 나쁘지는 않고 오히려 좋은 쪽에 가까우며 근심거리가 없다는 뜻일 텐데 나는 그렇지가 않다. 그럼에도 내내 "나는 괜찮다."를 크게 몇 번을 말한다. 혼잣말을 하는 건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라는 글을 읽은 적 있다. 그럼 혼잣말을 하는 건 외로움 때문인가 했는데 자각의 의미가 더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나이를 어디로 먹었을까 생각하며 자책을 하다가 나를 화내게 한 가까운 사람의 오만을 원망하다가 마음이 휘청거린다. 평정심이 완전히 무너진다면 그날은 하루종일 심란하고 우울할 것이다. 상한 감정이 내 일상을 망치게 두지 않기로 한다.
내 감정이 어디로 튈지 모를 때는 아무도 곁에 없기를 바란다. 고장 난 감정의 불똥이 누구에게 해를 끼칠지 모르기 때문이다. 곁에 있는 사람은 내 사과 반쪽만 먹어도 죽은 죄를 진 것처럼 말로 몰매를 맞을 것이다. 화의 영역이 누군가에게 미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방어해 본다.
나를 진정시키기.
너무 서운해도, 너무 분해도, 너무 사랑해도, 너무 미워해도 화가 날 수 있다. 나 역시 비슷한 이유들로 불같이 화를 낼 때가 있다. 지금은 그런 일이 없지만 작년 초까지만 해도 종종 그렇게 화를 드러냈다. 참는 것을 워낙 잘 하지만 그 참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몸집이 불어 활화산처럼 터져 버린 때였다. 처음에는 나 자신이 억울한 문제였지만 화를 내고 나면 그만큼 미안한 일도 없다.
처음에는 분명 엄지손톱만 한 불덩이였는데 어느 틈에 활활 타올라 나를 태워먹을 수준이 되는지는 알 수 없다. 아니, 알고 있지만 느끼지 못하고 터져 버리는 것이다. 초반에 진정이 되어야 일상이 후회 없이 지나간다.
울분이 느껴지면 나는 일단, 복식호흡을 다섯 번 정도 한다. 그러고 나서 물을 마신다. 물을 마시는 것은 꽤 효과가 있다. 찬물이 장기를 타고 내려가면서 열기가 함께 흘러 내려간다. 그러고 나서 좋아하는 일에 몰두를 한다. 게임이나 운동처럼 집중도가 높은 행위일수록 좋다. 한두 시간 정신없이 지나고 나면 머릿속이 좀 더 개운해져 있다. 그리고 나면 차를 한 잔 하고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들으며 소일거리를 한다.
소중한 사람일수록 서로 아껴주고 보듬어 줘야 하지만 의도하지 않게 상처를 주고받을 때가 있다. 금방 화해가 된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상처를 받아 무척 화가 날 정도면 시간이 좀 필요하다. 거리를 두고 다친 마음의 화가 가슴아래로 내려가기를 기다려야 한다. 화가 오른 순간을 지혜롭게 잘 넘기고 나면 두 번의 상처는 입지 않을 수 있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화가 날 때에도 인간적인 무례를 범하지 않고 사랑하는 모습을 남겨주는 것이 중요하다 화가 났을 때 거리 두기를 하는 것은 적극 추천한다. 굳이 원하지 않더라도, 그 거리에서 서로의 말속에 숨어있는 진정한 의미를 생각하고 과정의 모순을 되짚다 보면 이해하는 마음이 저절로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