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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나쓰 Dec 12. 2023

사랑을 끝낼 때

나도 사랑도 포기하지 말자. 사랑에 상처 입은 어떤 친구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살아간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상처를 입었다는 것은 진심을 다했다는 뜻이다. 그 진심이 외면당한 것은 잘못이 아니다. 최선을 다했다면 기쁘게 놓아줄 일이다. 자신을 포기해야 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좋은 추억으로 간직하고 다음 인연을 소중히 만들어 가는 것이 진심을 다한 자신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다.


사랑 없는 삶은 삭막하고 외롭다.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가장 본능적으로 타인에게 반응하는 마음이 사랑이 아닌가 싶다. 예고도 없고 준비할 시간도 없다. 맑은 어느 겨울에 갑자기 쏟아지는 우박처럼 쏟아져 내린다. 사랑이란 유혹은 너무 강해서 발버둥을 칠수록 빠져드는 수렁 같다. 내 마음이 끝나지 않았을 때 끝나버린 사랑은 언제나 독한 아쉬움과 그리움을 남기고 그만큼 사라지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 시간을 견뎌내야 한다. 사랑이 끝났을 때 시간을 헛되이 보내면 사랑은 그저 나를 타락시킨 악몽이 되지만 잘 견뎌낸 시간은 행복하고 소중했던 추억으로 남을 수 있다. 사랑은 영혼을 숙성시킨다. 숙성의 과정을 잘 치르면 더 깊어진 사랑의 경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사랑의 깊이는 나이에 비례하지 않으며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아픔의 과정을 현명하게 잘 치르는 사람에겐 언제나 건강한 다음 사랑이 기다린다고 믿는다.


사랑을 할 때는 마음속에 꽃이 피고 새가 울고 시원한 바닷바람이 불어온다. 어떤 자연의 세계보다 미적이며 빛이 난다. 어느 때보다 선한 마음으로 세상을 대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도 생긴다. 가끔은 천둥 치는 빗속에 혼자 서있는 듯 지독한 외로움을 주기도 하지만 삭막해진 세상에서 아름다움을 얻는 것에는 대가가 있기 마련이다. 마음의 값을 성실히 치르며 귀중하게 사랑하고 끊어질 때도 값지게 끝내자.


상처가 두려워 사랑을 하지 않는 것만큼 사랑을 잃었다고 삶의 모든 것을 스스로 망가뜨리는 행위는 어리석은 일이다. 사랑에 빠질 때처럼 사랑에서 빠져나오는 것도 마음대로 되지는 않지만 그 사랑을 기억하면서 버틸 수는 있다. 세상이 끝난 것이 아니라 사랑이 끝났을 뿐이다. 가끔은 가슴 한 편이 공허하고 금방 토할 듯이 일렁대기도 하겠지만 자신의 사랑을 스스로 찢는 일은 하지 않기를 바란다. 끝났을 때 더 반짝이는 사랑도 있다.


사랑이 어떻게 너에게로 왔는가
햇살처럼 눈보라처럼
기도처럼 왔는가

반짝이는 행복이 하늘에서 내려와
날개를 접고
꽃피는 나의 가슴을 크게 차지할 것을........

 -R. M. 릴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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