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변화는 마치 어두운 세상에 광명이 내리듯이 그렇게 오지 않았다. 흩뿌려진 안개가 걷히듯이, 서서히 사라지는 먹구름처럼 느리고 자연스러웠다. 어느 해, 아파서 지르던 악! 소리가 걷힐 때쯤 나는 간단한 운동을 하고, 산책을 즐기고, 쇼핑을 하고 외식을 나갈 수 있었다. 그 시간은 나무늘보의 움직임처럼 느릿느릿 앞으로 앞으로 나를 밀고 있었지만,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나의 생활이 이전과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을.
변화의 시작에 나는 숟가락 대신 젓가락을 쓸 수 있었고, 샤워를 고통 없이 즐길 수 있었으며 더 이상 단추가 있는 셔츠를 외면하지 않아도 되었고, 요리를 시작했다. 나중에는 삼시세끼 식사를 차릴 수 있었고, 청소기를 돌리면서 콧노래를 부르며, 팔다리를 요리조리 흔들면서 춤을 추고 있었다.
나의 변화된 모습은 곧, 류마티스의 변화를 의미했다. 염증수치는 늘 정상인만큼 좋았다. 간수치, 백혈구수치 등 혈액검사의 모든 수치가 좋았다. 모든 통증이 사라진 건 아니었지만 적어도 그저 하루의 무사를 비는 정도가 아닌, 삶을 영위하는 길을 한 걸음씩 걷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급한 마음과 느긋하게 기다려야 비로소 벌어지는 변화의 시간차는 자주 나를 초조하게 만들었었다. 정기적인 진료 외에 개인병원도 몇 군데 따로 다니고 치료에 도움을 받았는데, 갈 때마다 습관적으로 물었던 기억이 난다. " 왜 아직도 그럴까요?". 불신의 질문이 아니라, 진료를 받을 때마다 그 말을 서두로 그간의 증상에 대해 자세히 설명을 했었다. 나의 초조함에서 버릇처럼 질문을 했을 뿐이다. 의사의 이해와 집중, 환자의 정확한 피드백이 중요하다는 건 그때 알았다. 좋은 결과가 나올 때마다, "너무 잘됬네요. 다행이네요." 하는 말에 담긴 진심이 너무 감사했었다.
변화는 나의 말속에서도 찾아왔다. 더 이상 '죽고 싶다.'는 생각 따위는 하지 않았다. 생각에 없다 보니 입으로도 나오지 않았고 어떤 방법을 더 찾을지, 오늘은 뭘 할지, 내일은 또 뭘 할지 등에 대한 즐거운 고민과 말들이 나의 생활에 젖어들고 있었다.
일러스트: instagram.com/bona2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