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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나쓰 Apr 09. 2024

모토 아레나에서

전에 레이싱선수가 태워주는 트랙을 한 번 탄 적이 있었는데 그 아찔함과 스릴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그 스릴의 맛은 심심한 육수에 알싸한 청양고추를 뭉텅 썰어 넣은 것과 비슷했다.(참고로, 나는 매운 음식을 잘 못 먹는다.) 텁텁한 맛이 하나도 없고 끝나고 나면 머릿속이 개운해지고 아드레날린 대폭발이 일어나는 중독성이 강한 맛이었다. 평상시에 오픈카를 타긴 하지만 일반도로에서는 속도제한이 있으니 아무래도 그런 강한 재미는 맛볼 수 없다.


나는 스포츠카를 좋아한다. 속도를 올려도 안정적이고 드래프트를 할 때도 흔들림이 없으며 브레이크가 잘 들어서 보기보다 안전하다. 사실 속도보다는 무엇보다 하늘을 다 열고 달리는 것이 좋다. 도시 내에서는 일반차와 다름없이 운전을 해야 하니 그 재미를 못 느껴서 잠시라도 즐길만한 도로를 찾아가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지만 날씨가 좋은 날엔 스포츠카 드라이브의 유혹을 참기가 힘들다. 겨울이나 황사가 있는 날을 제하고 나면 달리면서 신선한 공기를 마실 수 있는 시간은 생각보다 길지 않아서 화창한 날에는 꼭 한 번씩 나가줘야 한다.


그러던 내게 바이크의 유혹이 시작되었다. 성취욕에 목말라 뭔가를 찾아 헤매고 있었던 참에 바이크에 관심이 갔다. 전에도 몇 번 고민을 한 적은 있었는데 선택을 할 만큼 바이크에 반하지 않았기 때문일까? 위험성에 겁을 먹었기 때문일까? 결국 지금껏 배우지 않고 있었다. 어제 증평에 있는 모토 아레나에서 바이크 교습을 받는 사람들을 구경할 기회가 생겼다. 교습이라지만 배우는 사람들의 몸을 놀리는 자세가 제법이었다. 몇 개월이상은 공을 들여 배웠을 것이다.


다섯 시에 일어나 두 시간을 달려가서인지 도착하자마자 피곤이 몰려왔다. 춥고 비 오는 날씨에 도저히 밖에서 구경할 엄두가 나지 않아 건물 쪽으로 갔는데 마침 2층에 앉을만한 곳이 있어서 가방을 올려 두고 구경을 시작했다. 듣기에는 속도가 대부분 삼십 킬로 정도라는데 몇 번을 보고 나니 그들의 속도는 아무리 봐도 오십 킬로 이상은 되어 보였다. 일정한 거리를 두면서 일곱 명이 타고 있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의 거리가 좁혀져 한 덩어리처럼 달렸다. 그때쯤이면 교육 담당자가 멈춰서 열을 다시 세우고 정리를 한 후 다시 출발시켰다.


멀리서 보니 마치 레고를 보는 것처럼 재미있었는데 자동차와는 달리 실제로는 몸이 직접 부대끼며 타는 느낌이라 내가 탈 생각을 하면 겁은 좀 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바이크를 배워 보기로 했다. 초보레슨이 셋째 주 일요일에 있다길래 신청을 했다. 안전하게 타는 게 중요하지 조금 더 큰 자전거를 탄다고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지금은 생각이 거기까지 미쳤다. 


첫 레슨을 받아보고 내가 기대하는 만족감이 얻어진다면 교육은 꾸준히 받아볼 생각이다. 배운다고 해도 공도에서 탈 생각은 없다. 인생은 조심조심 고요히 흘러가는 게 가장 행복한 거라고 생각하고 노력했지만 내 맘대로 살아지지 않는 것도 삶이더라. 그 고요함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있어야, 그 노력이 나를 위한 것이어야 결국 행복해진다는 것. 삶에 기죽어 있는 나를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 바이크의 세계로 입문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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