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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나쓰 Jul 17. 2024

불안

나는 내 속의 열기를 알 수 없다. 한 부분 행복하다 느끼고 한 부분은 슬프다고 느끼고 두 감정이 일시에 충돌하기도 한다. 어디엔가 붕 떠있는 듯한, 영혼이 두 갈래로 갈라진 듯한 아니, 몸과 영혼이 따로 있는 듯한 그런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하늘을 보면서 바다를 생각하기도 하고 나무를 보면 어제 그 나무에서 지저귀던 새의 그림자를 찾기도 하고 오랜만에 나를 만나 재잘대는 친구의 얼굴을 보며 주름살을 세고 줄어든 머리숱을 금방 알아채기도 하고 드러나지 않지만 볼록한 아랫배를 감지할 수 있다.


나는 내가 대하는 모든 것에 집중하지만 또 동떨어져 있기도 하다. 본질적으로는 진심을 다해 대해야 할 것을 대하지만 나의 영혼은 항상 겉도는 느낌이 있다. 함께 커피를 마시는 누군가가 자신의 말에 집중하고 있냐고 나를 타박한다면 그 사람은 정말 눈썰미가 좋은 사람이다. 나의 그런 이중적인 감정 아니 본성은 들키는 법이 없다.


나는 책을 읽으며 음악을 듣고 옆의 사람과 대화를 하며 고독하지 못하는 사람을 이해할 수 있고 잠을 청할 때 티브이를 켜고 곰인형을 안고 자는 사람도 이해할 수 있다. 혼자 있고 싶다면서 언제나 누군가가 들어올 수 있는 문을 비껴두는 사람을 이해할 수 있고 서로 간의 침묵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도 이해할 수 있다.


그림이나 글로 나를 고백하는 것은 나의 열기를 풀어놓는 일이다. 부끄러움이나 멋짐이 있지는 않다. 갈라져 있는 나도 일러스트를 그리고 글을 쓸 때만큼은 하나로 합쳐지는 느낌이다. 몸과 영혼에 어떤 불안도 없이 우거진 숲 속의 길을 가벼운 여우처럼 달려간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에 나는 자주 길을 잃으며 사자의 하품에도 소스라치는 한없이 약한 존재이며 부서지는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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