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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나쓰 Jun 14. 2024

아침

숨 죽인 공기가 서서히 감도는 아침에 집안을 서성이며 걷다가 하품을 하고 기지개를 켜고 부족한 잠을 그리워하며 소파에 드러눕는다. 다시 잠이 들 것 같지는 않지만 등이 지긋이 소파를 밀어내며 무게를 내려놓는다. 안락하다.


대지를 깨우는 아침의 나는 쉽게 잠에서 달아나지 못하고 밤의 침묵이 없음을 애달파하며 다시 돌아온 아침에 감긴 눈을 뜨고 몸에 에너지를 불어넣으려 애쓰고 있다. 일주일 내내 그랬듯이 한결같은 신선함과 깨끗한 공기를 선사하는 아침이 문을 열어달라 재촉한다.


소파에 드러누워 있는 축 처진 몸뚱이는 게으르고 둔하다. 피로한 몸을 굳이 일으켜 햇살을 맞이하고 싶지가 않다. 어제까지 찬양과 찬사를 아끼지 않았던 태양의 노래와 바람의 전설은 오늘 아침 피곤한 관절 마디마디에 통증을 느끼면서 쉽게 물리쳐졌다.


가슴과 몸이 전혀 다른 대화를 주고받는다. 의견이 좁혀지지 않으면 나는 소파에서 1인치도 떨어지지 않고 죽은 시체처럼 누워 편안함을 즐길 것이다. 소파는 밀어내려 하지 않고 나는 일어날 의지가 없으니 불편할 것이 없다.


아침은 햇살을 집으로 더 밀어 넣고 말한다. 일어나고 싶지 않으면 그대로 누워 있어라. 그것이 죽음이다. 이런저런 상념이 머릿속에 떠오르기 시작한다. 욱신대는 손가락의 관절을 손가락 끝부터 마디마디 접어 주먹을 쥐었다가 마디마디 풀어 손바닥이 하얗게 되도록 펼치는 걸 반복한다. 내게 죽음이란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다.


오늘 나는 아몬드와 생과일을 특히 블루베리를 잔뜩 넣은 신선한 그릭요거트를 아침식사로 먹을 거다. 여전히 300 페이지에 멈춰 있는 시몬 드 보브아르의 노년을 읽어야 한다. 요가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내 몸이 아닌 듯 갈라놓고 이완시켜 유연해지면 샤워를 하고 노트북을 들고 매일이 익숙한 카페를 갈 것이다. 쌉쌀하고 달콤하고 부드러운 라테를 빨아들이며 아직은 봄인 봄을 만끽할 테다. 


몸을 일으켜 드디어 아침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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