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폴리탄 뮤지엄 가는 길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 입니다, 패트릭 브링리, 웅진 지식하우

책에도 퀄리티가 있다는 말을, 이 책을 통해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부득이하게 나의 글을 들여다보면서
고개를 숙였다.

작가의 명료함, 매끄러운 전개,
사유의 힘까지 놓치지 않은 필력.

감탄하고, 부러워했다.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그 제목을 처음 보았을 때,
경비원의 일상을 그린 그저 그런 책이겠거니 짐작했다.

하지만 책장을 펼친 순간,
내가 사랑했던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을
사진을 펼쳐보듯 다시 만나고 있었다.

미처 가보지 못했던 곳까지 속속들이 보여주는 작가의 친절함.
그 눈썰미에 놀라며,
그리움의 시간으로 되돌아갔다.

뉴욕, 그리고 메트로폴리탄 뮤지엄

내가 다니던 학교는 맨해튼 5번가에 있었다.
사거리 건너 맞은편에는 퍼블릭 라이브러리.
관광객들이 수시로 오가는 거리의 안쪽이었다.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은 센트럴파크 옆에 있었다.
뉴욕에서 내가 가장 좋아했던 두 곳.
그곳이 지척에 있었으니
하루가 멀다 하고 갈 수밖에 없었다.

말똥 냄새가 진동하는 센트럴파크 입구를 지나
뮤지엄으로 가는 길.

무명의 화가들이 길 양옆으로 앉아
그림을 그렸다.

잡다한 액자를 파는 상인들.
그 길을 지나면,
회색빛 웅장한 뮤지엄이 자태를 드러냈다.

그 순간,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경비원의 시선으로 본 미술관

책을 읽으면서,
내가 그곳에서 보았던 경비원들을 떠올렸다.

그들은 늘 거기 있었지만,
눈에 띄지 않았다.

사람들 틈에서 조용히
사람들을 훔쳐보는 이방인.

그런데, 이 책 속 경비원들은 달랐다.
그들의 이야기는,
그들이 지켜본 예술의 순간들은,
결코 단순하지 않았다.

책 속에서 만난 경비원.
그는 삶의 비애를 피해 뮤지엄으로 숨어든 사람이었다.

그때,
내가 그를 만나
대화할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나는 상처받은 마음으로
뉴욕을 떠나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예술, 시간을 멈추게 하는 것

나는 주인공을 통해
비로소 예술을 만나고 있었다.

내가 사랑하고,
나를 사랑한다고 상상하게 만드는 예술.
그 예술품들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을 이해하게 되었다.

"많은 경우, 예술은
우리가 세상이 그대로 멈춰 섰으면 하는 순간에서 비롯된다.

너무도 아름답거나, 진실되거나, 장엄하거나, 슬픈 나머지
삶을 계속하면서는 그냥 받아들일 수 없는 그런 순간.

예술가들은 그 덧없는 순간들을 기록해
시간이 멈춘 것처럼 보이도록 한다.

그들은 우리로 하여금
어떤 것들은 덧없이 흘러가 버리지 않고,
세대를 거듭하도록
계속 아름답고, 진실되고, 장엄하고,
슬프고, 기쁜 것으로 남아 있을 수 있다고 믿게 해준다." (본문 중에서)

책을 읽으며 깨달았다.

예술의 신비로움을, 장엄함을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현실에서 동떨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이,
이 책이 내게 남긴 특별한 독서였다.

언젠가 다시 만날 그 순간

오랜 시간이 지나
이 책을 다시 펼칠 때,

나는 또 한 경비원의 눈을 통해
예술을 만나겠지.

그때의 나는,
지나간 시간을 당당히 짊어지고
경비원의 이야기를 듣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에도,

나는 예술이 예술임을 사랑하고,
그 배려를 존중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