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게 잘 쓰는 법, 벌린 클링켄보그
우연히 발견한 책이 지혜로울 때 그 감사함을 어떻게 전해야 할지. 누군가가 SNS에 제목이 흥미로워 읽어보려고 라는 짧은 글과 함께 이 책의 표지 사진을 올렸다. 나는 또 그 표지 사진을 보고 그러네... 하며 교보문고에 곧바로 주문을 넣었다.
사실 나는 글을 쓰는 법이라는 비슷한 제목의 책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책과 예술의 범주에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한 나의 기본적인 생각은 상당히 원시적이다. 배우지 않았을 때 더 날 것의 생생한 결과물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배움의 가치를 훼손 시키려는 의도는 아니다. 이 책의 원제는 Several shor sentences about writing 이다. 겉지에 굵은 글씨로 써 있는 '짧게 잘 쓰는 법' 이라는 제목만 있었다면 펼치지 않았을 책이다. 나는 대부분의 문장을 짧게 쓰려고 애쓴다. 더 명확하게 나의 의도를 전달할 수 있고 전체적으로 단순하면서도 정갈한 글의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이 책은 단숨에 읽었다. 짧은 문장에 대한 글이라는 것 때문이기도 했지만 프롤로그에서 '시작하기 전 몇 가지 주의 사항이 있습니다.' 로 시작되는 글이 이 책을 계속 읽게 만들었다.
이 책의 목표는 용인된 통념을 대체하는 것이 아닙니다. '용인된' 것은 검증하지 않고 습관적으로 반복한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 책에 적힌 모든 내용은 바로 여러분 자신이 처음부터 다시 검증해보아야 합니다. 자신에게 알맞은 방법을 스스로 찾아보세요. P.010
자칭 글선생이라는 오만한 사람이 '~는 안된다.' 로 가르치는 모든 주장을 우습게 무너 뜨리는, 통쾌한 목표의 글이었다. 늘 생각해왔다. 글을 쓰는 방법을 가르치다니...우습다고. 오히려 글쓴이의 개성과 문체를 무너뜨릴거라고.
저자 클렝켄보드는 피해야 할 문장과 불명확성, 행해야 하는 권리와 문장의 구현 등에 대해 저술하고 있다.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문장사이의 리듬과, 과하지 않은 문장, 신중한 단어 선택, 관찰과 인내이다. 개인적으로 작가지망생은 버려야 할 습관이 있으며 책을 선택할 때 정말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읽지 말아야 할 책과 피해야 할 책 정도는 구분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는 글을 쓸 때 고민하는 것들과 부합하여 동조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고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책을 통해 단어를 선택하고 문장을 생성하는 습성을 돌아보고 새로운 글쓰기의 관점을 터득할 수 있다. 작자는 문장 하나하나에 이유가 있고, 그것을 추론하기 위해 제인오스틴과 같은 대가의 문장을 스스로 다시 써보라고 권하고 있다. 아, 이 사람은 천재다 라고 말해 버렸다.
글을 쓸 때 염두해 두면 도움이 될 만한 문장을 정리해 보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리듬감에 집중하세요. P. 014
여러분과 독자를 이어주는 유일한 연결고리는 여러분의 문장입니다. P. 015
문장을 짧게 유지하는 방법 하나는 되도록 문장 사이의 공간을 비워두는 것입니다. 문장을 마치는 온점과 다음 문장을 시작하는 단어 사이의 공간이 아니라 온점과 다음 문장의 주어 사이의 공간을 말하는 것입니다. P. 023
관련 없는 단어나 문구, 절을 지우면 암시의 공간이 생깁니다. P.024
작가가 된다는 것은 자기에게 귄위를 부여하는 행위의 연속입니다. P.056
쓴 글을 크게 읽어보세요. 귀가 눈보다 훨씬 더 똑똑합니다. P.072
명료함을 추구하세요. P. 116
글쓰기는 타고난 소질이 아니라 기술입니다. P.132
문장을 쓰지 말고 상상하세요. 만족스러울 때까지 계속 상상하는 것입니다. P. 138
가장 손쉬운 퇴고는 삭제입니다. P. 148
좋은 독자는 좋은 작가가 어디로 가든 따라갈 것입니다. 좋은 작가는 좋은 독자를 힘닿는 데까지 돕습니다. P. 1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