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 차인표
불운한 시대에 태어나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남녀의 개인사를
담담하게 풀어간다.
그러나 책을 읽는 내내,
나 역시 사실에 집착하며 복잡한 감정을 떨칠 수 없었다.
어쩌면,
이 책의 제목처럼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
그때는 이 모든 순간이 조금은 달라 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이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야기는
순이의 삶을 엿보는 듯한 시선으로 전개된다.
이야기의 초반부는 평화롭고 전원적인 묘사로 가득하다.
하지만, 그 고요함이 오히려 불안감을 자아냈다.
다가올 비극을 예견하며 마음이 조급해졌다.
순이는 호랑이 마을에서 태어나 자란, 순박하고 정 많은 시골 소녀다.
용이는 호랑이 사냥꾼의 아들.
열두 살의 나이에 순이를 처음 만난 후,
우연한 사건으로 아버지와 함께 마을을 떠난다.
그리고 열아홉이 되어 다시 돌아온 그는,
일본군에게 징집된 순이를 구하려 목숨을 건 선택을 하게 된다.
또 다른 주요 인물인 일본인 장교 가즈오.
그는 미술학도였지만, 조국의 번영을 위해
스스로 전쟁에 뛰어든다.
그러나 현실은 그가 믿었던 것과 너무 달랐다.
잔혹한 전쟁 속에서 그는 혼란에 빠지고,
순이를 사랑하게 된다.
가즈오는 호랑이 마을에 부대원을 이끌고 들어온다.
명령을 수행해야 하는 군인이지만,
순이를 구하고 싶다는 갈등에 휩싸인다.
그녀를 징집대상에서 제외하려 애쓰지만,
결국 자신의 가치관과 전쟁의 현실 사이에서
깊은 혼란을 겪는다.
한편, 용이는 어릴 적 어머니와 여동생을 죽인 백호랑이를 쫓아
호랑이 마을로 돌아온다.
그리고 순이가 일본군에 잡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녀를 구하기 위해,
또다시 목숨을 건 결정을 내린다.
가즈오와 용이.
서로의 존재를 모른 채,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다
더 깊은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전쟁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세 인물의 갈등은 더욱 치열하게 펼쳐진다.
가즈오는 일본군의 잔혹함 속에서도
인간적인 고민을 멈추지 않는 인물이다.
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 속 그의 순수함을 보며
때로는 연민이 들었지만,
동시에 그 순수함이 야기한 고통을 떠올리며 분노하기도 했다.
이 책은 단순히 피해자의 고난을 다루는 것이 아니다.
사랑과 용서,
그리고 인간 마음의 복잡한 층위를 조명한다.
전쟁 속에서도,
누군가는 같은 별을 바라보며
서로를 떠올렸을 것이다.
제비의 시선으로 담담하게 그려지는 이 책은
징집되어 끌려가는 순이의 이야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그 너머의 삶,
그리고 인간 내면의 가장 깊은 곳을 향해 나아간다.
작가는 묻는다.
"인간의 마음이란 무엇인가."
이 책을 읽으며
나 또한 삶에서 마주했던 마음의 갈등과 인간적인 고민들을
다시금 돌아보게 되었다.
어쩌면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볼 수 있다면,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 ‘마음’이라는 복잡하고도 섬세한 영역이
이 책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