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전부를 다시 읽으며 글의 목적에 맞게 목차를 정리했다. 정리하면서 글의 목적을 벗어났거나 맘에 들지 않는 글을 지워 나갔다. 그렇게 하다 보니 70여 개의 글이 남았다. 목차만 보면서 다시 정리를 했다. 글의 제목이 전체 분위기와 너무 벗어나 있는 글을 다시 정리했다. 60개의 글이 남았다. 다시 한번 전체 글을 읽었다. 내 글에는 일러스트가 들어가 있다. 일러스트와 글이 너무 어울리지 않고 들뜬 느낌이 드는 글을 정리했다. 마지막으로 58개의 글을 남겼다.
이 과정까지 전체글을 열 번 이상 읽었던 것 같다. 숨을 돌리고 다시 원고를 보고 앉았다. 글의 말머리에 통일감을 주기 위해 문장을 몇 줄 넣어야 했다. 58개의 짧은 글을 추가했다. 거기에 그림 설명을 넣으면 좋겠다는 편집장의 의견에 따라 58개의 문장이 더 필요했다. 결국은 116개 이상의 문장을 더 써야 했다.
다음은 일러스트를 살펴보았다. 열 개의 그림을 다시 그리고 싶어졌다. 나머지의 그림도 조금씩 더 리터치를 하기로 결정했다. 결국 58개의 그림을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퇴고를 시작하면서 전체 글을 몇 번이나 더 읽었을까 나중에는 어느 글의 문구를 찾는 속도까지 빨라졌다. 가끔 글이 중복되는 느낌도 받았다. 분명히 먼저 쓴 글에서 보았던 문장인데... 착각이 들었다. 솔직히 착각인지 아닌지도 구분이 안 갈 정도로 글이 혼란스럽게 느껴졌다.
거의 일주일을 새벽에 일어나 밤까지 같은 글을 수십 번 반복해서 읽고 고치다 보니 피로가 누적되어 나중에는 귀가 멍해졌다. 비행기가 이착륙할 때의 그 먹먹함 이었다. 퇴고를 마쳤을 때 다시 글을 들여다보면서 알았다. 결국 조금의 차이가 있을 뿐 처음과 같은 글이라는 사실을. 그 조금의 차이를 만들기 위한 작업이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