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한 글을 채우고 과한 글을 없애면서 퇴고를 마치고 나서 생각했다. 아, 끝났다. 이제 정말 끝났지? 생각하며 원고를 출판사에 보냈다. 마지막 원고 보냈습니다. 그러고 나서 잠시 커피 한 잔을 들이켜며 이제 휴식을 좀 취하자... 윤동주 시집을 펴고 앉았다. 책에는 눈만 두고 있다. 마음은 여전히 원고에 있다.
다시 일어나 원고를 열고 읽기 시작한다. 읽을수록 눈에 보이는 건 부족함이다. 글모음이 아니라 책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적어도 내 마음에는 최선을 다한 흔적이 남아 후회 없는 결과물로 탄생하기를.
읽으면서 또 한 무더기의 단어와 문장을 헤집어 놓았다. 헤집고 나니 글은 더 안정이 된 느낌이 들었다. 다시 한번 읽어 보고 이제 정말 그만 봐야겠다 다짐하며 원고를 다운로드했다. 편집자에게 이메일을 다시 보냈다.
정말 마지막 원고예요. 번거롭게 해 드려서 죄송합니다.
그리고는 한 시간도 안되어 다시 원고를 들여다 보고 수정한다. 어제도 보이지 않았고 한 시간 전에도 보이지 않았는데 또 부합되지 않는 문장이 보인다. 마음에 차지 않는 문장이 유독 도드라져 보인다. 조사가 맘에 안 들고 단어가 불안정하고 과장된 부사가 눈을 찡그리게 한다.
결국 다시 글을 읽고 핀셋으로 집어내듯 글자를 괴롭히게 된다. 나는 다시 마지막 원고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너무 죄송합니다. 마지막 원고 보내드립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마지막 원고는 여러 번 마지막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