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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나쓰 Sep 22. 2023

그려주세요.

인스타그램을 하다 보면 가끔 그림의뢰를 받는다. 대부분 정중히 거절하지만 가끔은 사진에 반해 그려드리기도 한다. NFT사기, 스캠으로 들어오는 의뢰도 많다.  


NFT(Non-fungible token):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서 디지털 자산의 소유주를 증명하는 가상의 토큰이다. 그림, 영상 등의 디지털 파일을 가리키는 주소를 토큰 안에 담음으로써 그 고유한 원본성 및 소유권을 나타내는 용도로 사용된다. 즉, 일종의 가상 진품 증명서라는 의미다. 대체불가능한 토큰은 고유성을 지니며, 동일품이 존재할 수 없는 주민등록증과 비슷하다. NFT는 거래내역을 블록체인에 영구적으로 남김으로써 그 고유성을 보장받는다. 


사진은 내가 첫 번째 스캠으로 주문받았던 그림이다.(사진 속의 여자는 선해 보여서 나중에 한 번 그려보았다.) 사진 두 장을 보내주면서 꼭 그려달라고 요청을 했는데 웃는 인상이 너무 귀여워서 선뜻 주문을 받아들였다. 이후에 오백달러를 제안했고 기한까지 정해주어 그 외국인의 주문을 믿어버린 것이다. 그녀(그)는 다음 날에 돈을 보냈다면서 영수증 사진을 첨부해서 내게 메시지를 보냈다. 스캠이라는 것은 그때 깨달았다. 보냈다는 돈이 내 어카운트에서는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후로, 종종 비슷한 종류의 주문들이 들어왔고 나중에는 웃으면서 그들이 보내오는 요청 메시지를 읽었다. 그러다 가끔은 심술궂게 회신을 보내기도 했다. 당신 나한테 이렇게 저렇게 할 거지? 돈 확인되면 그려줄게. 들켰는데 위로금 필요해? 뭐, 그런 비슷한 내용이었다. 처음에는 '가짜'가 넘치는 세상에 그런 스캠쯤이야...라고 생각했지만, 정말 피해를 입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나?라는 생각에 소심한 복수를 담은 회신이었다. 


"Are you available for commission draw?" 

방금 들어온 또 하나의 스캠메시지이다. 



“생각이 먼저 담겨 그림을 그릴 때가 있어요.

당신에게서 나의 모습을 발견할 때 펜대를 들기도 하죠.

진심을 담아 짧은 글과 그림들을 올려 봅니다.”


일러스트: @bona2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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