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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나쓰 Oct 03. 2023

험담

남의 말하기를 즐겨하는 사람이 있다.  말하는 내용의 대부분은 칭찬의 껍데기를 덮어쓴 험담이거나 시기, 질투가 담긴 부러움의 표현이거나 남의 집 가정사를 궁금해하는 단순한 호기심에서 비롯된 헛소리이다. 가족, 친구모임 같은 소규모 집단에서 발생하는 가짜뉴스의 원산지가 되는 것이다. 그런 말들을 듣게 된다면 말하는 의도가 뭘까 궁금해할 가치도 없이 흘려보내면 끝날 일이다. 


언젠가 어쩔 수 없이 만나야 하는 아주머니 한 분이 있었다. 나는 이미 그 아주머니가 어떤 자리에서 나를 험담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 사실, 안면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 아주머니는 주변을 통해 전해 들은 한두 가지 정보만으로 완벽히 나를 파악한 듯이 '그런 사람이야.' 정의 내리고 나의 지인인 것처럼 아는 척 말하고 다닌 모양이었다.


논의할 내용이 있어 몇 명의 사람들과 함께 모인 자리에서 그 아주머니는 나를 처음 보았다. 아주머니는 다들 자리에 앉은 지 몇 분 지나지 않아 다른 이들의 험담을 하기 시작했다. 고인이 된 사람 산 사람, 가족, 친구 가릴 것 없이 자잘한 험담들을 내뱉고 있었다. 가끔은 맞장구를 치는 사람도 있었다. 아주머니는 말을 쉬지 않는 사람이었고 이미 모임의 물은 흐려지고 있었다. 기억상실증 환자처럼 나에 대한 험담을 잊었는지 내게는 친근하게 대하려고 애쓰는 게 보였다. 아주머니는 특이하게도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는 자신의 치부를 가끔씩 드러내기도 했다. 치부임을 인지하지 못했는 지도.


그 아주머니가 한 말들은 주워 담을 것이 하나도 없었다. 참 불편한 자리였다.

나는 두 시간 남짓한 시간 중의 대부분을 남의 험담만 듣고 정작 중요한 얘기는 몇 마디 나누지도 못한 채 집으로 돌아왔었다.


그렇게 남의 말을 하기 좋아하고 남의 인생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입에 담고 사는 사람은 상대방의 기분 따위 아예 안중에도 없는 경우가 많다.(괴롭히자고 작정한 경우를 제외하고서는 말이다.) 


그런 사람이 하는 말들을 다 곱씹으며 살기에는 인생은 너무 짧고 아깝다. 무시해 버리자.

험담이 삶의 낙인 사람이 사실하나에 덧붙인 거짓들을 골라 내려 애쓰는 수고를 하다 보면 가끔은 헛소문이 진짜처럼 아예 둔갑술을 부리기도 한다.


그것이 아니더라도 굳이 그런 사람이 뿌린 말들에 맞대응을 하다 보면 커지는 스트레스로 나 자신이 더 힘들어질 수 있다. 타인의 부족한 인성 때문에 굳이 나의 하루를 소중한 삶을 오염시킬 필요가 없다. 진실이 아닌 것에 예민해하지 말고 상처받지 말자.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하는 험담꾼의 입이 나를 물었다면 어차피 물어뜯을 것이다. 그저 화장실 물 한 번 내리면서 흘려보내는 게 현명한 방법이다.



“생각이 먼저 담겨 그림을 그릴 때가 있어요.

당신에게서 나의 모습을 발견할 때 펜대를 들기도 하죠.

진심을 담아 짧은 글과 그림들을 올려 봅니다.”


일러스트: @bona2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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