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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나쓰 Oct 04. 2023

결정이 필요해

나는 큰 일은 결정이 빠르고 망설이지 않는 편인데 소소한 결정이 쉽지가 않다.

배달음식을 정할 때 세상의 운명이 달린 결정이라도 하는 것처럼 진지하고 어렵다. 말로는 아무거나 먹지 하면서 실제로는 깨끗한 음식점일까, 양은 너무 많지 않을까, 설탕을 너무 쓰는 건 아닐까, 포장은 깨끗할까, 비닐포장은 아닌가 등 배달을 결정하기까지 30분이 기본이다. 그렇다고 내가 먹고 싶은 걸 완전히 포기하는 경우는 또 없다.


반면에 여행지를 결정하거나 큰 플랜을 잡는 일에는 약한 면을 보이지 않는다. 타지에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할 때도 어머니께 유학권유를 받았을 때도 마지막 결정은 결국 내가 내렸고 하루가 채 걸리지 않았다. 문제의 난위도가 높을수록 답을 내는 시간이 길어지고 심정이 복잡해지기 십상이다. 그래서 큰 문제일수록 오히려 시간을 끌어 결정하는 것을 싫어하는 면도 있다. 가족회의가 필요한 문제에 있어서도 어머니나 동생이 의견을 분명히 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내가 중재를 해서 결정을 하는 경우가 꽤 있다.


함께 결정하는 문제에 있어서는 내 고집만을 피우지 않고 협의를 하지만 망설임 없이 나의 의견을 내는 편이다. 결정이 난 후에 나의 의견이 관철되지 않았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함께 하는 일일수록 나의 의견을 분명히 표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크고 작은 모든 결정에서 책임은 오롯이 나의 몫임을 인지해야 한다. 모든 결과가 흡족할 수는 없지만 후회를 남겨도 내가 책임져야 할 나의 결정이니 마음에서 받아들이는 태도부터 다르다. 되면 좋고 안되면 그만이지 라는 마음으로 모든 것을 받아들일 작정이 아니라면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내가 나의 짐을 짊어지고 최종 결정을 내려야만 한다. 내 인생의 주인이 된다는 것은 그것에서부터 출발하기 때문이다.



“생각이 먼저 담겨 그림을 그릴 때가 있어요.

당신에게서 나의 모습을 발견할 때 펜대를 들기도 하죠.

진심을 담아 짧은 글과 그림을 올려 봅니다.”


일러스트: @bona2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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