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병원에서 처방된 모든 약을 과감히 접었었다. 처음부터 메토트렉세이트(면역계 억제제)와 소론도(부신호르몬제)를 포함한 약들을 무조건 거부하고자 했던 것은 아니었다.
약을 거부했던 첫 번째 이유는, 류마티스관절염으로 유명하다는 모 대학병원을 다니는 사람들조차 결국은 통증과 붓기가 반복되거나 더 심해지기도 해서 몇 년이 지나도 스테로이드를 먹고 동시에 한 달에 한 번씩 주사제를 맞으러 다닌다는 케이스들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주사제는 약의 효과가 현저히 떨어질 때 처방 된다고 알고 있다. 나도 의사로부터 권유를 받았었다. 듣기로는, 처음부터 주사제를 처방하는 의사도 있다고 한다. 류마티스 치료제들은 대부분 비슷하다. 면역억제제, 진통제, 스테로이드를 기본으로 의사마다 몇 가지를 더 추가하기도 한다.
두 번째, 내 면역이 길을 잃었다면 개개인의 발병 원인에 먼저 관심을 갖지 않고 왜 단지 과다면역이라는 판단이 시작이고 끝이 되어야만 하는가?라는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과도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던 중에 병이 시작된 나로서는 정신과적인 상담도 원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진료를 받으러 갈 때마다 한약이나 식이요법, 다른 치료 사례 등의 수많은 질문을 했지만 담당의사의 대답은 짧았고 전혀 들어줄 여유가 없음을 보였다.
여러 병원을 다녀본 결과, 그나마 본인만의 치료법으로 진료하는 개인 병원에서는 얘기를 듣고 의견을 주고자 노력했고 진료 시간도 충분히 주어졌다. 물론, 그것이 의사들의 능력으로 평가될 수는 없음을 안다.
담당의사의 기본적인 처방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는 있어도 내게 그만큼의 도움이 되지 못한다면 어찌해야 할까? 한약복용과 상관없이 두 번째 달부터인가 처방전을 따랐는데 위염과 구토증세로 섭취할 수가 없었다. 구토가 나면 멈추고 다시 먹기를 반복했었다. 약을 바꿔보기도 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처방된 진통제를 계속 먹었음에도 통증은 생각만큼 줄어들지 않았고 스테로이드효과도 미미했다. 스테로이드를 먹었을 때, 일이 주 정도는 덜 아팠지만 그 이후에는 통증이 다시 그대로 돌아오거나 더 붓기도 했다. 결과가 그러하니 위와 간, 신장까지 손상을 가져올 수 있는 장기복용에 대해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
한약을 복용한 이후에도 통증은 계속됐지만, 첫 혈액검사에서 염증수치가 좋은 결과를 보였었기 때문에 더이상 확신 없이 담당의사 처방에만 의존하지 말고,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면서, 약에 의존하는 시간을 조금 미뤄보자고 결정했던 것이다. 그 결정 역시 확신에서 시작된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겁나고 무서웠던 건 사실이다.
일러스트: instagram.com/bona2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