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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나쓰 Oct 18. 2023

몹쓸 영화

그는 지극히 개인적인 성향의 사람이다. 처음에는 그의 성격을 이해하지 못하고 공감받지 못해 힘든 시간들도 많았다. 지금은 그 자신이 공감능력이 부족한 사람이라는 걸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나의 생각과 생활에도 관심을 많이 가져주는 편이다. 오히려 걱정과 염려가 많아졌다. 작업을 하다가 끼니를 대충 먹어 버릇하는 내가 마음에 걸렸는지 가끔은 식사를 배달시켜 주거나 챙겨 먹으라고 부러 전화를 한다. 나에게 관심을 갖고 마음을 나누려고 하는 그의 노력이 낯설어서 가끔은 움찔하고 조심스럽게 받아들이게 되지만 행복한 일이다.


요즘은 서로 바쁘다. 개인적으로 갖는 시간이 많아져 우습게도 종종 안부인사를 묻는 일도 있다. 예전처럼 서운해하거나 서로가 신경 쓰이는 일은 거의 없다. 감사하게도 그의 노력으로 공감과 이해라는 슬로건이 우리 마음속에 저장된 듯하다. 


그는 겁도 많고 고집도 센 사람이다. 이 캐릭터만은 쉽게 변할 수 없는 요지부동의 문제이지 않을까 싶다.

아직까지 유럽 쪽으로 여행을 가지 못했다. 특히, 동유럽 근처 국가로의 여행은 꿈도 꾸지 못했다. 지금은 영화제목이 생각나지 않지만 동유럽 국가 배경의 어떤 호러무비 탓이다. 영화의 배경은 체코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내가 기억하는 스토리는 대략 이렇다. 여행지에서 인신매매를 당한 여성들이 어떤 고문장으로 끌려가 갇히고 돈을 지불한 부자들의 폭력을 위한 놀잇감으로 전락한다. 부자들은 방마다 묶여있는 그 여자들을 제공된 도구로 고문하고 죽일 수도 있다. 일종의 부자들의 사냥놀이와 같은 것이다.


동유럽 여행지를 언급할 때마다 그 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붉은 버튼이 심어져 있나 보다.


" 생각 안 나? 그 영화? 안돼 안돼. 동유럽 위험해. 근처도 안돼."


내 속마음엔 '몹쓸 영화!'라고 새겨져 있다. 내가 혼자 여행을 간다는 건 상상도 못 하는 사람이다 보니 아직은 설득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 일단 영국이나 프랑스를 먼저 가보면 어떨까 생각한다. 팬데믹 이후 장시간 미뤄 두었던 여행의 흥분이 마음속에서 꿈틀대고 있다.


SNS의 발달로 낯선 나라의 낯선 집 숟가락 숫자까지 알 수 있는 세상이다. 세계 어디에나 정보는 넘치고 쾌락도 위험도 넘친다. 공포영화 한 편으로 포기한다면 '방구석 여행'외에는 답이 없지 않을까? 때로는 지나친 염려가 보이지 않는 감옥을 만들기도 한다. 나의 친절한 남자, 그대, 일단 감옥부터 탈출하자!



“생각이 먼저 담겨 그림을 그릴 때가 있어요.

당신에게서 나의 모습을 발견할 때 펜대를 들기도 하죠.

진심을 담아 짧은 글과 그림을 올려 봅니다.”


일러스트: @bona2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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