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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나쓰 Oct 08. 2023

쓰다 보니

어떤 날은 그저 짧은 글 한 줄 남기고 싶고 어떤 날은 정제된 시를 남기고 싶다. 어떤 날은 머릿속에 펼쳐진 단편소설을 풀어내고 싶어 진다. 내가 열 지어 쓰는듯싶지만 글들이 제 멋대로 춤을 추어 작업하는 경우도 많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다가 문득문득 짧은 글이 쓰고 싶어질 때 나의 정해진 규칙대로 브런치 외의 곳에 흔적을 남겼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애초에 내가 정한 규칙도 아니다. 그저 쓰다 보니 에세이였고 쓰다 보니 단편집이 되어 가고 있다. 쓰는 동안 즐거우니 됐고 공을 들여 완성된 글이 제 각각 모여 나름대로의 모임을 만들었으니 됐다. 읽는 사람의 마음은 알 수 없지만 쓰고 단번에 올린 글이 없으니 나의 정성이 닮긴 글이라 할 수 있고 좀 더 다듬을걸 하고 아쉬움을 남기는 글들조차 기특하니 됐다. 


그러다 보니 이제 내가 시를 참는 규칙을 만들 필요는 없다고 생각을 했다. 쓰다 보면 무엇이 될 테고 짧디 짧은 글이라 해도 내 안에서 나온 것이니 역시 소중한 나의 부산물이 될 것이다. 가끔씩 머리가 아닌 가슴에서 움트는 시 한 줄 정도는 쓰윽 적어보자. 그것에도 자유를 주자.


머리보다 말보다 가슴보다 손가락이 먼저 무언가를 두드리고 있을 때가 있다. 건반 위에 놓인 손가락처럼 재밌게 리듬을 탄다.  내 손위에 에드가 앨런 포가 내려앉는 멋진 일은 없지만 가을이 되자 잘 익은 감나무 아래 작고 둥근 책상을 펴고 앉아 상상의 나래를 펴는 멋진 일이 벌어지고 있나 보다.



“생각이 먼저 담겨 그림을 그릴 때가 있어요.

당신에게서 나의 모습을 발견할 때 펜대를 들기도 하죠.

진심을 담아 짧은 글과 그림을 올려 봅니다.”


일러스트: @bona2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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