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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나쓰 Oct 22. 2023

행복한 도전

나는 류머티스 관절염 환자이다. 주로 작은 관절에 붓기나 극심한 통증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수년간 류마티스 통증으로 손가락 발가락 팔목 발목 어느 하나 고통 없이는 쓸 수 없었지만 현재는 많이 좋아진 상태이다. 지금은 내가 가진 질환을 류마티스증후군이라고 말하고 싶다. 매일 약을 먹지 않아도 통증 없이 지나가는 날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류마티스질환은 정신적 신체적인 모든 스트레스에 취약하다. 일상에서 내가 가장 주의하고 신경 쓰는 부분은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일이다.


사실 처음에 글을 쓰기 시작할 때 걱정이 많았다. 손가락이나 손목 관절을 많이 사용해야 하는 작업이다 보니 관절에 무리가 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있었다. 그림이나 글 작업을 마치고 나면 꼭 마사지를 한다. 하루 이틀 괜찮다고 두다 보면 어느 날 끔찍한 통증이 찾아오는 경우가 분명히 올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글을 쓰면서도 나의 한쪽 신경은 관절에 있다. 관절의 미세한 변화에 민감한 더듬이가 미어캣처럼 목을 빼고 이상증세를 감지한다. 글에 방해가 될 정도로 신경 쓰이지는 않지만 가끔 손가락을 오므렸다 폈다 가벼운 운동을 해주면서 적어 내려간다. 숨 쉬는 것과 마찬가지 행위이다.


살다 보니 어느 날 류마티스질환자가 되어있었다.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란 말이 딱 맞을 것 같다. 병에 걸리고 처음에는 못하는 것이 많았지만 나중에는 안 하는 것이 더 많았다. 제대로 살아보자는 희망을 버리지 않은 덕에 병세는 좋아졌지만 그 사이에 나이를 더 먹었고 사회적인 거리도 멀어졌다는 핑계에서였다.


나는 현재 '난치병환자'로 등록되어 있다. 이제는 그렇게 분류되는 것이 민망할 정도이지만 내일을 모르는 병이다 보니 굳이 부정할 수는 없겠다. 하여튼 글을 쓰기 전까지 류마티스가 좋아진 이후의 삶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스트레스를 이겨내고 약을 덜어내는 일만이 내가 하고 싶은 일이었다. 그렇다 보니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져도 해보는 것을 두려워했다. 심한 통증에 시달렸던 1400여 일간의 시간을 지나오면서 겁쟁이가 되어 있었다. 


백 미터 달리기는커녕 출발선에 서는 것조차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겁먹고 있었다. 새로운 시작은 새로운 적응을 의미한다. 몸이 적응하지 못하면 예전의 고통으로 다시 돌아가야 할지도 모른다는 무시할 수 없는 사실을 정면으로 맞설 용기가 쉽게 발화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브런치스토리를 통해 글을 시작하는 계기가 찾아왔다. 스스로 위안을 받고 힘을 내보자는 생각으로 글 쓰는 도전을 시작했다. 마치 기다렸던 출발 신호를 받은 듯이 지금은 안 하는 일보다 하는 일이 더 많아지고 있다. 도전이란 말에 심장이 두근대고 가슴이 뜨거워지는 열정을 느낀다. 움츠려 들지 않으니 류마티스도 함부로 덤벼들지 못하는 느낌이다. 


요즘은 활기가 넘치는 뇌활동으로 일일양을 초과할 지경이다. 종종 너무 많은 인풋으로 감당이 되지 않을 때에는 잠시 눈을 감고 숨을 참듯 멈추기를 한다. 살다 보면 많은 시간이 내게서 닫혀 있다. 나의 몫의 문은 스스로 맞는 열쇠를 찾아야만 열 수 있다. 인생의 무게가 힘겨울수록 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시작한다. 무게는 덜어내야 가벼워지고 가벼워진 몸이 되면 멀리 까지 뛸 수 있다. 앞으로도 류마티스가 다시 활성화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안고 살아가겠지만 이제 새로운 출발선에 서는 일을 피하지 않는다.



“생각이 먼저 담겨 그림을 그릴 때가 있어요.

당신에게서 나의 모습을 발견할 때 펜대를 들기도 하죠.

진심을 담아 짧은 글과 그림을 올려 봅니다.”


일러스트: @bona2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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