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성장은 결핍에서 시작된다.
그 당시 여느 평범한 가정에서 자란 나는
아니, 어쩌면 평범보다는 조금 더 넉넉하고
부족함이 없는 그런 가정에서,
맞벌이 부모님 아래에서 자랐다.
당시에는 흔하지 않았던 맞벌이 부모님이다 보니
경제적으로는 여유가 있었을지 몰라도
K 장녀로 남동생이 있던 나에게 그 시절은
상당히 큰 애정 결핍의 시기였던 것 같다.
그렇다고 엄마아빠가 육아의 의무를 소홀히 하거나
무관심한 분들은 결코 아니었다.
나름의 방식으로 우리를 충분히 사랑해주셨지만
아마도 내가 바라던 방향은 아니었으리라.
17년 육아를 하면서 느끼건데
똑같은 방법과 방식으로 사랑하고 육아를 해도
아이마다 사랑을 갈구하는 방법이나
사랑을 원하는 방식은 다르기 마련이었다.
그래도 감사했던 것은,
부모님은 다소 방임형의 육아를 하셨고
철저하게 나를 믿어주시고
나에게 모든 걸 맡겨주신 덕분에
책임감과 의지를 단단히 다지며 자라던 나는
내가 원하는 삶의 목표와 방향을 확고히 했고
내가 원하던 대학, 내가 원하던 학과에 당당히 입학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대학 시절의 나는
나의 결핍의 원인에 대해서 고민하고
그 이유와 해결책을 찾기 위해
참 많은 고민을 했던 것 같다.
심리학 수업을 들었고
심리학 책을 열심히 읽었으며
어린 시절 늘 의문이었던,
왜 우리 엄마는 늘 바빠야만 했는지,
일과 육아를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에 대해서도
참 많은 시간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그래서 나는 가정을 꾸리게 되면
꼭 내 손으로 육아를 하면서
내 일도 함께 잘해낼 수 있는
그런 엄마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그렇게 스무 살부터 스물 아홉이 되던 해까지
나는 꼬박 육아와 일에 대해 고민하고
그 방법을 찾기 위해서 노력하고 또 공부하며
시간을 보냈다.
육아에 대해 장장 9년을 고민했다면
어떤 의미에서는
참 많은 준비를 했다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 아이를 낳기 전까지
나는 20대 온 시절을 바쳐
많은 시간 육아에 대해 고민을 했고
17년 육아를 해오고 있는 지금,
그 시절의 나를 정말 칭찬해주고 싶다.
왜 그 누구도 육아와 일의 병행에 대해서
고민하고 또 생각해보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을까
지금까지 의문이기도 했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충분히 고민하고, 공부하고, 생각하고
그렇게 해도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었다.
대부분은 부모가 되고나서야
부모의 역할에 대해서 고민하고 공부를 하지만
오랜 시간 그 고민들을 계속해온다면
부모로서의 삶도 조금은 더 잘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나의 글은 9년간 부모가 되는 일에 대해서 고민하고
그 고민과 생각을 바탕으로
17년간 육아를 해온 이야기이다.
나와 같은 육아를 하는 누군가에게
혹은 육아를 준비하는 누군가에게
이 글이 도움이 되길 바라며
중학생, 고등학생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육아 17년, 육아 고민 9년의 이야기를 풀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