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화(火)는 조직의 리스크, 찻잔 앞에서 멈춰야 하는 이유
"팀장님, 죄송합니다. 데이터가 누락된 걸 지금 발견했습니다."
팀원의 어이없는 실수 보고를 들은 순간, 머리끝까지 열이 확 오른다. 당장이라도 "도대체 일을 어떻게 하는 거야!"라고 소리치거나, 날 선 비난이 담긴 이메일을 보내고 싶어진다. 심장이 빠르게 뛰고 호흡이 가빠진다.
조직 생활, 특히 리더의 자리에 있다 보면 하루에도 수십 번씩 감정의 파도를 마주한다.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기분이 태도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하지만 이성보다 감정이 앞서는 그 찰나의 순간, 평정심을 유지하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
감정을 억누르자니 속이 문드러지고, 터뜨리자니 팀 분위기가 망가진다. 이 진퇴양난의 순간, 나는 리더들에게 '3분의 티 브레이크(Tea Break)'를 처방해주고 싶다. 이것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조직을 지키기 위한 리더의 가장 적극적인 방어 기제이다.
경영학에서는 이를 '감정의 전염(Emotional Contagion)' 효과라 부른다. 리더가 찌푸린 얼굴로 출근하면 그날 사무실의 공기는 무거워진다. 리더가 화를 낼 때, 팀원들의 뇌는 공포를 감지하고 방어 기제인 편도체를 활성화한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는 전두엽의 기능은 마비된다.
즉, 팀장이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고 쏟아내는 순간, 그 조직의 생산성은 제로에 수렴하게 되는 것이다. 화를 내서 일이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일이 되게 만드는 '심리적 안전감'을 리더 스스로 파괴하는 꼴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리더의 감정 관리는 인격의 문제가 아니라, 철저한 '비즈니스 능력'이자 '리스크 관리' 영역이다.
화가 치밀어 오를 때, 숫자를 10까지 세라는 말이 있다. 난는 그 대신 "전기포트에 물을 올리고 찻잎을 우리라"고 권하고 싶다. 여기에는 뇌과학적인 이유가 숨어 있다.
분노를 유발하는 호르몬이 우리 뇌를 지배하는 시간은 길어야 90초라고 한다. 이 시간을 어떻게 버티느냐가 관건이다. 차를 우리는 과정은 이 '마의 시간'을 자연스럽게 넘기게 해주는 훌륭한 의식이 되어 준다.
시선의 차단: 탕비실로 이동하거나 찻잔을 꺼내며, 스트레스 유발 원인(모니터, 팀원의 얼굴)으로부터 물리적인 시선을 거둘 수 있다.
감각의 전환: 찻잎의 향을 맡고, 물 따르는 소리에 집중하며 곤두선 신경을 시각과 청각, 후각으로 분산시킬 수 있다.
기다림의 미학: 끓는 물을 붓고 찻잎이 풀릴 때까지 기다리는 3분. 이 시간은 억지로 참는 시간이 아니라, 찻잎이 뜨거운 물을 머금고 부드러워지듯, 나의 날 선 감정도 물에 풀어지는 시각화의 시간이다.
3분이 지나 우러난 따뜻한 차 한 모금을 넘겨본다. 온기가 식도를 타고 내려가면 부교감 신경이 활성화되며 비로소 이성이 돌아온다. "일처리가 왜 이 모양이야?"라고 나갈 뻔했던 말이, "무엇이 문제였는지 같이 확인해 봅시다"라는 건설적인 피드백으로 바뀔 수 있다는 뜻이다.
리더인 당신이 3분의 시간을 들여 차를 마시고 돌아왔을 때, 문제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문제를 대하는 당신의 태도는 완전히 달라져 있을 것이다. 그리고 팀원들은 그 달라진 태도에서 리더의 품격을 느끼게 된다.
지금, 화가 나는가? 그렇다면 당장 불만을 토로하거나 메일을 쓰는 대신, 찻물을 끓여보자. 나중에 후회할 30분을 만드는 대신, 지금 3분의 차 한 잔으로 훨씬 효율적인 미래를 만들어 보자.
프로필 [이유진 작가] 기업 티앤웰니스 디렉터 HD현대, 판교넥슨, 한국콜마, 충북대학교, 롯데백화점 등 유수의 기업과 기관에서 '오피스 티테라피'와 '마인드셋 리더십' 강의를 진행합니다. 차(Tea)가 단순한 기호식품을 넘어, 조직의 건강한 소통과 리더의 멘탈 케어를 위한 강력한 경영 도구가 될 수 있음을 전파합니다. 강의/협업 문의: bona9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