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의 미학, 차가 우러나는 시간과 비즈니스의 타이밍

성과를 재촉하는 리더에게, '떫은맛' 대신 '깊은 맛'을 내는 법

by 티마스터 바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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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비즈니스 현장을 지배하는 단어는 단연 '속도'이다.

"빨리빨리", "ASAP", "오늘 중으로". 우리는 속도가 곧 경쟁력이라 믿으며, 시간을 단축하는 데 모든 에너지를 쏟고 있다.


하지만 차(Tea)를 다루는 전문가로서 나는"서둘렀을 때 진정한 차의 맛은 결코 만날 수 없다"는 진리를 매일 마주하고 있다. 뜨거운 물을 붓자마자 맛을 내라고 티백을 위아래로 힘껏 흔들어 우리면 차가 어떻게 될까? 찻잎이 가진 고유의 향긋함 대신, 혀를 찌르는 쓰고 떫은맛만 우러나온다.


제대로 된 풍미를 즐기기 위해서는 찻잎이 물을 머금고 천천히 펴지는 시간, 즉 우러나는 시간을 견뎌야 한다. 경영도, 사람을 키우는 일도, 우리의 삶은 이와 놀랍도록 닮아 있다.


비즈니스의 타이밍: 설익은 결정은 떫다

많은 리더들이 '시장 선점'이라는 명분 아래 설익은 프로젝트를 런칭하거나, 충분한 검토 없이 투자를 결정하곤 한다. 물론 타이밍 역시 중요하지만, 무르익지 않은 상태에서 서두르는 것은 더 큰 화를 부를 수 있다.


차를 우릴 때 '골든 타임'이 있듯, 비즈니스에도 '임계점(Critical Point)'이 존재한다. 조직의 역량이 충분히 예열되고, 시장의 니즈가 무르익을 때까지 기다릴 줄 아는 인내. 그것은 무능력한 방관이 아니라, 가장 폭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한 '전략적 기다림'이다.


찻잔 속에서 찻잎이 춤을 추며 서서히 가라앉을 때 비로소 최고의 맛이 나듯, 혼란스러운 시장 상황이 정리되고 기회가 명확해질 때까지 숨을 고르는 것. 그것이 고수들의 경영 방식이다.


사람을 키우는 리더십: 직원을 '우려내고' 있는가, '짜내고' 있는가?

이 '기다림의 미학'이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곳은 바로 인사(HR)와 인재 육성의 영역이다.


갓 입사한 신입사원이나 새로운 보직을 맡은 팀장에게 당장의 성과를 내라고 닥달하는 것은, 아직 펴지지도 않은 찻잎을 쥐어짜는 것과 같다. 그 결과는 무엇일까? 직원은 번아웃(Burnout)이라는 쓴맛을 남기고 조직을 떠나거나, 창의성 없이 기계적으로 일하는 떫은 조직문화만 남게 된다.


훌륭한 리더는 직원이 자신의 잠재력을 터뜨릴 수 있도록 '따뜻한 물(환경)'을 부어주고, 그들이 스스로 역량을 펼칠 때까지 '기다려주는' 사람이다. 어떤 찻잎은 1분이면 우러나지만, 어떤 찻잎은 5분을 기다려야 비로소 제 맛을 내게 된다.


각기 다른 찻잎의 성질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시간을 허락하는 것. 그것이 내가 차를 통해 배운 '다양성 포용'이자 '인재 경영'의 핵심이다.


기다림은 멈춤이 아니라, 깊어지는 과정이다

혹시 지금 팀원들의 성장이 더디다고, 혹은 프로젝트의 성과가 바로 보이지 않는다고 조바심을 내고 있는가?

그렇다면 지금이 바로 차 한 잔이 필요한 때이다. 찻잔 앞에서의 3분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허송세월이 아니다. 아무 맛이 나지 않는 물이 향기로운 차로 변모하는 가장 역동적인 시간이다.


당신의 기다림도 그럴 것이다. 믿고 기다려준 시간만큼, 당신의 비즈니스와 사람들은 더 깊고 그윽한 성과로 보답할 것이다. 재촉하지 말자. 흔들지 말자. 충분히 기다린 차만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향기를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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