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행복, 모든 긍정적인 그 단어들은 결국 시간이 답이 아닐까
나는, 함께 나누는 시간은 돌아온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를 따지자면 어린 시절을 들먹여야겠지만,
여하튼 나는 비교적 어릴 때부터 따뜻한 가정을 이루는 것이 꿈이었다.
그리고 내 아이는 꼭 내 손으로 키우겠다는 야무진 다짐을 하곤 했다.
대학교를 졸업한 후, 20대 초반에 직장인으로서의 삶을 시작하며
새로운 삶에 대한 호기심과 즐거움으로 가득한 시절을 보냈다.
영어와 스페인어를 마음껏 쓸 수 있는 일이었기에 더 구미에 맞았고
힘든 일도 물론 있었지만, 제법 나와 잘 맞는 일을 찾았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일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면서,
이 일을 계속 하다가는 결코 아이를 내 손으로 키우지 못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유럽 시간에 맞추다 보니 야근도 잦았고, 업무량도 만만치 않았다.
그래서, 그 나이이기에 가능했던 일일지 모르겠지만,
나는 과감히 회사를 때려치우고, 영상번역의 길로 들어섰다.
집에서, 프리랜서로 할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리고 첫달에 25만원을 벌었다.
꼬박꼬박 들어오던 월급에 비하면, 정말이지 어이없는 금액이었다.
싱글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조금 벌어 조금 쓰는 일이 어렵지 않은 시기였으니까.
운도 실력도 노력도 모두 작용했겠지만
반드시 프리랜서로 안정된 자리를 잡겠다는 일념하에 열심히 열심히 번역을 해서
결혼을 할 때 즈음엔 제법 안정적인 수입을 누릴 수 있었다.
그래서 요즘치고는 나름 빨리, 20대의 끝자락에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며
일을 하면서도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입지를 굳히게 되었다.
돌아서 생각해 보면, 나의 선택은 늘 나의 가치관과 맞아 떨어졌고
결과적으로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막상 그 안을 열어보면, 모든 일이 그렇지만, 글처럼 술술 풀리는 쉬운 일은 아니었다.
프리랜서로 매일매일 마감을 치며 일을 해야 했고
집에서 일을 한다는 이유로 주변사람들로부터 일말의 동정조차 받지 못하며 집안일을 도맡아 해야 했고
시도 때도 없이 엄마를 찾는 아이의 젖을 물려야만 했다.
너무 힘들어서, 이렇게 하다가는 안 될 것 같아서, 나는 또 다른 탈출구를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차였다.
아이가 자는 시간, 단 5분이든, 혹은 운 좋게 한 시간이든
차 한 잔을 우려두고
그 시간을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면서 '나'를 기억하고 '나'를 돌보려고 애썼던 그 시간이
나에게는 진정한 힐링이 되어주었고, 위로가 되어주었고, 힘이 되어주었다.
나를 잘 돌볼 수 있었기에, 무척이나 벅찬 그 일도, 그렇게 다독이며 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나의 차생활이 조금씩 시작되었고
둘째를 임신하면서부터 나의 직업은 차에 관한 책을 쓰고, 차를 가르치는 일로 정착되었다.
그야말로 취미가 직업이 되던 순간이었다.
시댁도 친정도, 단 한 번 도움을 받지 않고
오롯이 내 손으로 전부 키워낸 아이들은 이제 초등학교 고학년, 저학년이 되었고
나는 아이들이 없는 오전에 차와 그림을 가르치며 나의 길을 이어갈 끈을 놓치 않고
가끔씩 피어나는 욕심을 슬며시 누르며 10년 뒤를 기약한다.
제법 사람 구실을 할 수 있는 이 나이가 되어도
아이들은 어릴 때 못지 않게, 엄마의 손과 엄마의 마음이 많이 필요한 시기라는 것을
키워본 사람들은 안다.
사랑이란, 시간을 함께 나누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와 사랑에 빠졌을 때를 생각해 보라.
단 한시도 떨어지기 싫고, 수시로 보고 싶고, 함께 하고 싶은 그 마음.
모든 사랑이란 그와 같다.
어릴 때부터, 나와 찻자리를 함께 해온 아이들은
엄마와의 찻자리가 무척 자연스럽다.
아침에도 나누어 마시는 차로 하루를 시작하고
학교에서 돌아와 숙제를 할 때도 테이블에서 차를 우리며 한 공간에서 시간을 보낸다.
늦은 오후 티타임에도, 눈을 마주치고 소소한 이야기거리를 나누며 담소를 나눈다.
함께 나눈 시간이 가득하고, 함께 나누는 시간이 자연스럽다.
요즘처럼 바쁜 시대에 시간이란 얼마나 귀한 것인가.
그 귀한 시간을, 내 자신과
그리고 나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그림을 그리고 차를 마시며 나와 소통하고
또 그렇게 다른 이들과 소통하며
소통하는 방법을 나누고자 한다.
시간을 나누는 것, 쉬워 보이지만 결코 쉽지 않은 그 길.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시간을 나누는 여유를 갖게 된다면
나와, 아이들일 살아갈 이 사회가 조금 더 따뜻해지지 않을까 하는 작은 바람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