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리스, 패리스!

첸나이의 동대문 시장

by 티마스터 바유

첸나이 남쪽에는 패리스라는 동네가 있다. Paris? 프랑스의 파리? 라고 생각하기 오산이지만, 전혀 다른 스펠링의 'parrys'이다. 첸나이 항구 근처에 위치하고 있는 이곳은 조지 타운이라고도 불리우는 첸나이의 역사를 그대로 담고 있는 지역이다. 세인트 조지의 요새 등 구경할 만한 곳도 많지만, 패리스라고 하면 무엇보다도 시장이다.


패리스는 우리나라로 치면 동대문 시장과도 같다. 없는 것 빼고는 다 있다는 이곳. 각종 꽃부터 과일, 채소는 물론이고, 일회용품, 파티용품, 가구, 자전거, 각종 기계, 원석, 보석, 견과류 등등 골목 골목 구석구석 모든 종류의 가게들이 즐비하다. 골목이 너무 작아서 자동차가 들어갈 수 없어서, 첸나이에서는 유일하게 인력거가 존재하는 지역이기도 하다.


한국에 비하면 훨씬 저렴한 견과류나 원석을 구매하러 가는 경우가 많지만, 패리스는 골목골목 볼거리가 정말 가득하다. 꽃과 과일과 채소가 가득한 또 다른 시장인 꼬얌베두와는 달리, 줄기가 없는 각종 꽃들을 광주리마다 한 가득 늘어놓고 판매하는 꽃시장에서만 늘길 수 있는 그 향기와 색깔은 황홀 그 자체이다. 알록달록 원색의 꽃송이들은 템플의 뿌자를 위해 바치거나, 집안에 모시고 있는 신들에게 헌정하기 위한 것들이다. 꽃송이들을 엮어 만드는 각종 다발들도 마찬가지이다. 장식용으로 쓰거나 역시 신에게 바치기 위함이다.


합리적인 가격에 사리를 구입하거나, 첸나이에서 최고의 맛을 자랑한다는 사프란 라씨와 짜이를 맛보기에도 이만한 곳이 없다. 외국인 친구들과 함께 사리와 사리에 어울릴 만한 장신구 구경을 갔던 골목길의 허름한 사리 가게들도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패리스에서 꼭 찾아가야 하는 사람 중의 하나는 스텐레스에 글자를 새겨주는 할아버지인데, 프라이팬부터 그릇, 조리용 도구, 트레이 등 각종 스텐레스 제품을 판매하는 가게 앞에 자리를 잡고 있는 터줏대감이다. 가게에서 스텐레스 제품을 사서 할아버지에게 가면, 글자수에 맞춰 돈을 받고 글자를 새겨준다. 타밀어도 가능하고, 알파벳도 가능하다. 할아버지는 시커멓고 때가 가득한 발로 스텐레스 그릇을 꽉 붙잡고, 양손으로 망치와 징을 잡아 톡톡톡톡 놀랍도록 빠르고 정교한 솜씨로 글씨를 새긴다. 마치 기계가 새긴 듯이 어디 하나 어긋난 것 없는 글자가 탄생한다. 첸나이를 기념하려고, 스텐레스 바트에 'chennai'를 새겨 들고 왔는데, 여러모로 유용하고 추억을 되새기기에도 그만이다.


첸나이의 생동감, 살아 있는 공기를 느껴보고 싶다면 패리스를 찾길 권한다. 단, 한여름이라는 계절만은 부디 피하길. 구경하기 전에 피어오르는 요상한 냄새와 숨막히도록 뜨거운 공기에 질식해버릴지도 모를 노릇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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