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는 계속된다

by 체리봉봉

오늘도 어김없이 우리 부부는 야외 테니스장을 찾았다. 오늘은 또 어떤 팀이 모여 경기를 하고 있을지 약간의 설렘과 긴장이 느껴졌다. 이번엔 주위를 의식하지 말고 테니스에 집중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머리 위엔 봄날의 태양이 강렬하게 존재감을 발하며 정오를 가리켰다. 그래서일까. 테니스장은 텅텅 비어 있었다. 이번 연습은 남편과 나만의 단독 무대다. 일순 긴장이 확 풀리면서 몸도 마음도 가벼워졌다.



우리는 예약한 코트에 서서 우리만의 경기를 시작했다. 심판도 감독도 관객도 없는 둘 만의 테니스다. 남편이 던지는 공을 포핸드, 백핸드 스트로크로 맞히며 좌우, 앞뒤로 바쁘게 오갔다. 이따금 공중에 공을 띄우기도 했으나 지난번처럼 경기장 밖으로 튀어나가는 공도 없었다. 다만 랠리가 안 될 뿐이었다. 남편의 일방적인 서브와 나의 스트로크만이 한차례 씩 벌어질 뿐이었다. 남편이 던진 공이 내가 서 있는 곳보다 더 뒤로 날아가거나 코트 모서리를 향해 송곳처럼 찌를 땐 공의 속도를 채 따라가지 못해 놓치기도 했다. 나의 문제는 스트로크가 아니었다. 발이었다.



우리가 가져간 공 한 바구니를 차례로 다 쓰고 나니 15분이 지났다. 어김없이 우리는 들판에서 이삭을 줍는 밀레의 아낙네들처럼 허리를 굽혀 공을 주우러 다녔다. 누군가 뱉어놓은 수박씨처럼 테니스 공은 여기저기 사방팔방 흩어져 우리의 하체 운동을 도왔다. 뜨거운 태양에 벌겋게 달뜬 남편은 흥분을 가라앉히며 나직이 말했다. 내가 치는 테니스는 사단장 테니스라고. 군대는 문외한인 사람에게 사단장이라는 낯선 단어를 들이미는 남편에게 천진난만하게 되물었다. 남편은 화를 내지 않고 차분히 알려주었다. 발 앞에 오는 공만 치며 상대가 무조건적으로 맞춰주는 거라고.



나는 수긍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의 미필적 고의로 남편은 부인을 사단장처럼 모시고 테니스를 치고 있었던 것이다. 남편은 스트로크 한번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서브 실력만 나날이 늘어갔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니지만 저 멀리 날아가는 공을 그저 바라만 보고 움직이지 않았음을 인정해야겠다. 내가 맞힐 수 있는 범위에 날아오는 공만 쳤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남편에게 미안해 나도 이따금 서브를 하기도 했고 최대한 발 빠르게 움직여 공을 받아치려고 했다. 그저 성공보다 실패가 많았을 뿐이지만.

그래도 바닥에 나뒹구는 공을 같이 줍는 사단장도, 공을 칠 때마다 “쏘리”를 남발하며 상대에게 예의를 갖추는 사단장 또한 분명 없을 것이다.

휑뎅그렁한 테니스장이 쓸쓸하게 느껴지는 날이었다.






사단장과의 테니스에 지친 남편은 파릇파릇한 잔디를 밟으러 골프계로 떠났다. 그렇다고 영영 테니스를 버린 것은 아니다. 매주 한 번씩 테니스를 같이 치기로 새끼손가락 걸고 약속했다. 나는 조코비치가 쓰던 (같은 브랜드의) 라켓을 어루만지며 남편이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다. 이제 사단장은 전역하고 선수로 데뷔해야 할 때다. 나는 리틀 샤라포바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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