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이 끝나고, 나는 내 자리로 돌아왔다

붕 떠 있던 마음이 내려앉는 시간

by 지수로그

면접을 보고 왔다.


며칠째 아무 연락이 없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마음만 계속 복기 중이다.


면접이 끝난 직후에는

“다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며칠이 지나고 나니까

괜히 조용히 핸드폰을 확인하게 된다.


회사명으로 오는 메일 알림,

모르는 번호로 오는 전화,

그런 게 괜히 마음을 건드린다.

사실 아무도 모르게

조금은 기대하고 있었던 것 같다.


답을 모르는 문제를 풀듯,

계속 생각이 돈다.

그 질문,

내가 좀 뻣뻣하게 말했나.

그 표정,

뭔가 맘에 안 들었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내 머릿속에선 자꾸 리플레이가 된다.


예상보다 연락이 늦어지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먼저 무너진다.

“아, 떨어졌구나.”

그 회사가 날 거절한 건데

마치 내가 전체로서 부족한 사람처럼 느껴진다.

그게 면접이 무서운 이유다.


면접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마음은 늘 붕 떠 있었다.

뭔가 끝도 없는 대기열 앞에서

내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기다림 끝에서 내가 찾은 건

새로운 기회가 아니라,

이미 내 곁에 있던 익숙한 일상이었다.


오늘도 실험실 문을 열고

기기 앞에 섰다.

어제처럼 용매를 걸고,

샘플을 세팅하고,

시스템적합성부터 확인한다.


기다리는 동안 잊고 있었던

익숙한 실험대,

내 손에 익은 피펫,

변함없이 돌아가는 기기 소리가

오늘따라 낯설 만큼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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