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은 끝났지만, 진짜 일은 그 다음부터다.
SEC 분석도, GC-MS 데이터도 계획대로 잘 나왔다.
시료 주입하고 결과 도출까지, 몇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실험 자체는 순조로웠다.
값은 나왔는데,
그걸 숫자 하나하나 설명하는 문장을 쓰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왜 이 조건을 썼는지, 기준을 어떻게 해석했는지, 결과가 의미하는 건 뭔지.
계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하나의 값이 결과가 되기 위해선 엄청난 설명과 책임이 필요했다.
시험성적서는 단순히 ‘측정값 요약’이 아니었다.
내가 쓴 문장이 분석법을 대표하고,
내가 낸 수치가 제품의 품질을 보증하는 서류가 된다.
한 글자, 한 줄, 한 단위까지 틀리지 않아야 했다.
이제는 실험이 잘 끝나도,
진짜 일은 그 다음이라고 생각한다.
데이터를 숫자로만 보지 않고,
'책임'으로 보기 시작한 순간,
나는 단순한 실험자가 아니라 분석자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