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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가을 Jul 01. 2022

아이에게 어떻게 이혼을 말할까?

아이는 이미 알고 있다

한 육아프로그램에 이혼한 유튜버 부부와 어린 딸이 출현한 적이 있다.

어느날 유튜브 알고리즘에 그 프로그램이 떠서 편집본을 본 적이 있는데

말하는 코끼리와 어린 딸의 대화를 듣고 나도 눈물이 났다.


"안녕? 난 말하는 코끼리야.
너는 누구랑 살아?"

"아빠랑. 엄마는 원래 같이 안 살아.
열밤 자면 엄마 만나"

"엄마랑 헤어질 땐 기분이 어때?"
"안 좋아...말하면 안돼! 비밀"

"엄마가 가면 어떤 기분이 들어?
"엄마를 안아주고 싶어"

"아빠랑 엄마한테 못한 이야기가 있어?"
"다섯 살 때...숨을 못 쉬었어"
"왜 숨이 안쉬어졌어?"
"울어서 그런 건데, 그냥 울기만 했는데"

저 육아프로그램 속 어린 딸은

다섯 살 때 엄마와 헤어지던 날

"숨을 못 쉬었어"라고 말했다.

울음이 차올라서 숨이 막힐 정도로 운 것이다.

아이가 운 것은 물론 부모 탓이다.


그러나 아이를 포기하지 않았고 학대하지 않았다면

그 어떤 부모도 비난받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부모도 부모가 되는 것이 처음이라

몰라서 잘못하는 경우가 많다.

지혜로운 누군가로부터 양육에 대한 조언을 들었다 해도

하필 그 타이밍에 그 부모의 삶이 팍팍하고

마음에 여유가 없는 상태라

조언을 수용할 여건이 안 될 수도 있다.


나는 아직 종교는 없지만 공부삼아 불교대학에 다니는 중인데,

일주일에 1번씩 나와 좀 세대차이가 나는

50~60대 학생분들과 '마음 나누기' 시간을 갖는다.

마치 말하는 코끼리의 질문에 대답하듯이.

세상의 풍파를 더 오래 겪고 그만큼 마음을 다스린 그분들도

아이 양육에 대해서는 늘 반성한다.

'그때는 지혜가 없어서...'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 알았더라면...'

이런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젊어서 실패하고, 늙어 배우는 것이

인간의 숙명인가 싶기도 하다.


아이 있는 부부가 이혼을 결정했다면
아이에게 그 사실을 알려야 할 때가 온다.

어떤 말을 해도 아이의 마음에 상처가 될 텐데,

어떻게 말을 해야 조금이라도 덜 아플지 고민이 될 것이다.


저 방송에서 오은영 박사님은

만 5세의 그 아이가 이미 엄마와 아빠의 관계를

어느정도 인지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아직 부모가 이혼에 대해 말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아이는 혼란스럽고 두렵고 불안한 상태라는 것이다.

부모의 변한 사랑을 보며 아이는

자기에 대한 부모의 사랑도 의심할 수 있다고 한다.


"이혼에 대해 솔직하게 얘기하지 않으면
아이가 수면 위에 못 꺼내놔요.
아이는 더 걱정하고 있어요.

엄마 아빠의 이혼에 대해
정확하고 솔직하게 설명해야 합니다.
그래야 그 다음 단계로 갈 수 있어요"


아이가 상황을 인지할 수 있는 만 5세,
그러니까 여섯 살쯤 되면

부모의 이혼을 말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 나이 때 우리 아이도 혼란스러워 했던 것 같다.

주말마다 내가 데려와서 돌봤는데 어느 날은 아이가 물었다.


"엄마는 나 없을 때 어디서 자?"

"이 침대에서 엄마 혼자 자"

"진짜? 무섭겠다"


"엄마, 날 낳은 사람이 엄마야?"

"응, 엄마가 배 이만큼 불러서 너를 낳았지.

네가 태어났을 때 팔뚝만큼 작았어"

"그럼 엄마가 진짜 엄마네?"


좀더 자라서 초등학교에 들어가서는


"엄마, 사랑은 변하는 거야?
왜 엄마 아빠들은 아이를 사랑해?
영원히 사랑하는 게 맞아?"


하고 여러 번 묻던 기억이 난다.

그때 우리 아이는 할머니와 함께

평일 저녁에 하는 드라마를 자주 봤는데

이혼하거나 헤어지는 주인공들을 인상깊게 본 것 같았다.

나는 아이가 부모의 사랑에 대해 확신을 가지면서도

부모의 이혼에 대해 부정적인 마음을 갖지 않기를,

어른의 사랑과 결혼에 대해 긍정적인 마음을 갖길 바랐다.

언젠가 너도 어른이 될 것이기에.


"드라마를 보면 바람도 피우고, 이혼도 하잖아?
사랑이 드라마처럼 맨날 변하는 건 아니야.
현실에서 이혼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결혼해서 계속 같이 사는 사람들도 있잖아?

따로 사는 게 더 행복하면 이혼할 수도 있는데,
그래도 아이가 있으면 한 가족이고,
가족이니까 서로 사랑해"

"그런데 절대 변하지 않는 사랑도 있어.
그건 엄마 아빠가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이야.
그건 우리 유전자에 새겨진 거라 바뀌지 않아.
하나님이 사람을 그렇게 만들었거든"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에게 엄마의 말은

하나님의 말처럼 들리는 걸까?

우리 아이는 신이

자식을 영원히 사랑하도록 사람을 만들었다는

내 말을 받아들인 것 같았다.


결론을 말하면 나중학생이 된 우리 아이에게

아직도 부모의 이혼을 말하지 못했다.

아이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두려워서 말하지 못한 것이다.

아이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었을 때,

어떻게 이혼을 말할까 고민이 되어 전문가에게 조언도 구해보았다.

그도 오은영 박사님처럼 아이에게 이혼을 말해주라고,

5학년이면 아이도 진작에 알고 있었을 거라 했다.


그런데 그 말을 듣고

오히려 마음 편한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우리 아이는 엄마와 아빠가 별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엄마 아빠가 별거를 했든 이혼을 했든

아이에게 중요한 건 법적인 문제가 아니라

부모가 따로 지낸다는 것이다.

이미 아이는 엄마 아빠가 따로 지내는 것을 알고 있고,

부모와 규칙적이고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그리고 부모가 자신을 너무나 사랑한다는 것도,

그 사랑이 변하지 않는다는 것도 안다.

굳이 이제 와서 '엄마 아빠가 이혼을 했단다...' 하고

이야기를 꺼내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전문가의 지식과 부모의 사랑이

혼합되어 나온 결론이라면,

아이에게 이혼을 말해주는 방법은

아이의 나이나 가족의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엄마 아빠가 따로 지내게 되어 너에게 미안하다는 것,

그러나 너에 대한 사랑은 영원히 변하지 않는다는 것,

마지막으로 사실이든 아니든 아이를 위해

엄마와 아빠는 서로 미워서 헤어지는 것이 아니며

너의 엄마와 아빠는 멋지고 좋은 사람이라고 

말해주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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