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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가을 Jul 15. 2022

배우자를 욕하면 안 되는 이유

이혼한 배우자를 욕할 때 생기는 나비효과

'나비효과'라는 말이 있다.

이것은 정말 무서운 이야기다.

당신의 사소한 행동 하나가 당신의 인생뿐 아니라

당신 자식의 인생, 나아가 당신 가족의 화목과 재산 수준, 사회적 지위까지도 바꿀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기상학자 에드워드 N. 로렌츠는

기상현상을  분석하다가

초기 조건의 미세한 차이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점점 커져

결국 그 결과에 엄청나게 큰 차이가 생긴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브라질에 있는 나비의 날짓이 미국 텍사스에 토네이도를 발생시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즉, 작고 사소한 사건 하나가

엄청난 효과를 가져온다는 의미다.


나는 요즘 불교대학에 다니고 있는데,

불교에도 비슷한 개념이 있다.

바로 '연기론', 인연과보의 법칙이다.

단 하나 불변의 법칙이 있다면

그것은 모든 존재는 끊임없이 변한다는 것이다.

원인과 조건에 따라 결과가 나온다는 것이다.

시차는 있을 수 있지만,

자신이 한 일에 대한 과보는 반드시 받게 된다.


특별히 강조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 서두가 길어졌다.

그 이야기는 다름아닌

'배우자를 절대 욕하면 안 된다'는 것.

현재의 배우자든, 헤어진 전 배우자든

남 앞에서 그를 욕해서는 안 된다.

특히 아이 앞에서는 절대 삼가야 한다.


당신이 아이 앞에서 아빠를 욕하고 비난하고 무시한다면

아이는 은연 중에 당신의 감정에 이입된다.

배우자나 전 배우자를 향한 비난, 무시...

당신의 모든 감정과 말은 어린 아이에게 전이된다.

아이는 가까운 어른의 말과 행동은 물론

감정까지 흉내내고 배우기 때문이다.


당신은 배우자가 싫고, 자식이라도 내 편을 들어주길 바라는 마음에

별 다른 의도 없이 아이 앞에서 배우자를 욕했을 수 있다.

하지만 그 말들은 결국 아이의 뿌리를 욕하는 일이 된다.

"너는 돈 못 벌고 게으른 아빠의 딸이야,

너는 자기만 아는 아빠의 아들이야"

이런 말들은 아이의 마음에 가시가 되어 박히고 만다.

'네 아빠가 못났으니 너도 못난 아이야. 부끄럽고 숨고 싶지?'


당신은 분풀이로 배우자를 욕했을 뿐이지만,

아이는 아빠에 대한 미움과 함께

스스로에 대한 부끄러움까지 갖게 된다.

부끄러움으로 인해 위축되는 성격이 형성되고

주변의 눈치를 보며 비굴하게 세상을 살아가게 될 확률이 높다.

딸의 경우, 아빠와 좋은 관계를 형성하지 못해

남성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갖게 되기 쉽다.

'아빠와 닮지 않은 남자' 혹은 '아빠를 대신할 남자'를 이상적인 남성형으로 찾게되고

결국 아빠와 닮지도 않았지만 아빠의 장점도 갖추지 못한 남자를 만나거나

아빠처럼 나이가 많은 남자를 만나 결혼할 수도 있다.

그 결혼생활이 행복할 수도 있지만

앞으로 딸이 펼쳐가야 할 자유로운 인생과 다양한 선택 앞에

'아빠에 대한 애정결핍' 혹은 '진정한 아빠의 부재'라는

괴이한 제약을 놓게 되는 것이다.

그런 심리적 제약 아래서 딸은 남들보다 불행한 결혼생활을 하거나 이혼할 확률이 높다.

당신의 불행이 눈덩이처럼 몇 배로 부풀어

딸에게 대물림되는 것이다.


아이 앞에서 아내의 욕을 해도 마찬가지다.

아이를 낳고 키운 엄마에 대한 비난은

결국 방향을 바꾼 화살이 되어

당신의 소중한 아이를 공격하게 된다.

아이는 자신의 엄마를 못난 사람으로 인식하는 동시에 

그 배에서 나온 자기 스스로를 못난 존재로 인식하며, 

그렇다고 그런 감정을 심어준 아빠를 미워할 수도 없다. 

그 역시 자신을 낳아준 존재이기 때문에. 

아이는 이런 모순적인 감정과 위축되는 마음으로 험난한 세상을 헤쳐가야 한다.


한 번의 분풀이도 아이 앞에서는 조심해야 하는데

습관적으로 아이에게 배우자 욕을 하며 스트레스를 푼다면

그것은 아이의 성격을 조금씩 바꾸고, 인생의 방향을 틀어가면서

엄청난 토네이도가 되어 소중한 당신 아이의 인생을 망가뜨릴지도 모른다.


50~60년대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들은

산업화 이후에 의무교육의 혜택을 받은 자식 세대만큼

배우지 못했고, 그런 사실을 몰랐다.

그저 바쁘게 일하고 돈을 벌어 아이를 먹이고 입히기 바빴다.

그래서 수십년이 지나 다 큰 자식을  부모를 무시하는 '불효자'라며 욕하는 경우가 많다.

당신이 어린 자녀에게 배우자를 욕했다는 사실을 잊고.

당신만 바라보는 어린 자녀를

불행을 버리는 감정의 쓰레기통으로 썼다는 사실을 잊고.

어린 자녀가 당신의 따가운 말을 스펀지처럼 흡수해

그 마음에 가시가 박혔다는 사실을 모르고.

 

당신은 다행이 아이가 없다고?

그래도 배우자나 전 배우자를 욕해서는 안 된다.

당신의 입이 말하는 것을 당신의 귀가 듣고 있다.

당신이 뱉은 말이라도 반복적으로 들은 것은 결국 세뇌된다.

말을 반복함으로써 확신을 갖게 되는 것이다.

분노를 표현할수록 더 증오하게 된다.

그러니 앞으로 결혼생활을 잘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배우자 욕은 삼가야 한다.

만약 당신이 이혼했다면, 전 배우자에 대한 미움도 함께 놓아주길 바란다.

사랑했던 마음과 미워했던 마음을 모두 내려놓고

그 관계에서 나의 문제는 무엇이었는지를 성찰해야

다음에 찾아올 관계에서는 똑같은 잘못과 패턴을 반복하지 않을 수 있다.


우리 모두가 이기적으로 살면 좋겠다.

분노를 삼키는 것은 분명 어려운 일이지만, 

나를 위해 그리고 아이를 위해 더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이기적인 삶을 산다는 것은

가장 큰 이득을 주는 선택을 하는 것이다.

나비효과, 인연과보라는 말처럼

사소한 잘못으로 큰 재앙을 초래하지 않는 선택을 하는 것이다.

반대로 생각하면, 이는 당신의 사소한 행동이

엄청난 좋은 결과를 가져다줄 수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미움을 내려놓고, 내 마음을 다스리고, 내 말을 단속함으로써

나와 내 아이의 더 나은 미래를 향한

나비의 날개짓을 만들어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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