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봉맞춤 작업실 / 책꽂이에 꽂히면 책으로 인정받는 걸로.
요새 신기하게도 봉봉과 외출이 제법 할만해졌다.
그간 글이 뜸한 사이 두 돌이 지난 봉봉은, 이제 아가와 엄마가 아닌
친구 같은 느낌으로 어딜 가든 잘 따라와 준다.
물론 날이 너무 더워서 자주 못 나간다는 게 참 아쉽지만.
다만, 그러려면 간식이나 호기심 가는 물건이 하나라도 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
제일 좋아하는 건 약국에서 파는 비타민 사탕과 캬라멜,
낙서할 펜과 종이,
봉봉이 좋아할 만한 과자 혹은 장난감 중 한두 가지.
그러다 보니 가볍게 나가려해도 여행 가는 사람처럼 짐을 싸들고 나오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러던 중 문뜩, 최근 봉봉이 좋아하는 것들을 가지고 그림을 그려보면 어떨까
생각하다가 그 소재로 아주 작게 책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싶어 시작했다.
주제는 '동그라미'.
동그라미의 느낌을 충만하게 살려주는 욥의 얼굴로 표지 장식.
사심을 담아 색상 공부 겸 다양한 사이즈로 동그라미 구성.
사심을 또 담아 숫자공부도 겸하고 싶은 마음으로 다음 페이지.
음.
다시 볼수록 어멈, 욕심이 과했다.
요건 맘에 쏙 드는 페이지.
오랜만에 삼총사를 그리니 마음이 산뜻해지는 기분이다.
봉봉이가 펼쳐보곤 제일 좋아했던 페이지.
사실 여기서 사심을 빼고 '달'이라는 주제로 그림을 그렸으면 훨씬 재밌었을 텐데,
봉봉에게 '동그라미'를 가르쳐주고 싶다는 어멈의 사심 때문에,
꽤 재미없는 작은 책이 되어버렸다.
그래도 다행히, 봉봉이가!!
글쎄 봉봉이가, 이것도 책이라고 책장에 어지러운 책들 사이에 살짝 세워주었다. 아주 잠깐.
사진을 못 찍어서 아쉽지만, 그건 다음 기회로!
다음엔 다른 내용으로 만들어 줘야지.
(사실 이번 작은 책을 계기로 절판될 위기에 처했다. 제본과 그림이 생각보다 엉망이라서.)
가방에 쏙 들어가는 봉봉을 위한 책.
오래전부터 해주고 싶었는데.
이런저런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내며 흐트러진 마음을 바로잡기 위한 소소한 시작.
한동안 자아찾기에 굉장히 열심이었는데.
다시 열심한 어멈으로 복귀해 볼까한다.
시작이 반인 거 맞겠지?
맨날 반만해서 문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