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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봉어멈 May 27. 2017

야옹이를 참 좋아하던 그녀.

어멈 에세이 / 삶이 어멈을 바뀌게 한 건지, 어멈이 바뀐 건지.


야옹 : '저 언니(누나) 이상해..'





요샌 초저녁 날씨가 참 좋다.

며칠 전 봉봉과 욥과 함께 이른 저녁을 먹고 초저녁 산책을 나갔다.


낮에는 꼭 여름처럼 덥더니 초저녁은 선선하게 부는 바람이 너무 기분 좋은 날씨였다.

얼마 전 여기저기 아팠던 봉봉은 좀 따듯하게 입혀 유모차에 태우고,

욥과 어멈은 가벼운 차림으로 산책길에 나섰다.


얼마나 갔을까? 동네 좁은 도로로 들어섰는데,

저 멀리서 터덜터덜 상처 많아 보이는 고양이가 걸어오고 있었다.



씻지 않은지도 꽤 된 건지 원래 하얀 털이었던 털 색깔은 회색빛이 되어갔고,

동네에서 싸움 좀 해 본 듯한 어깨는 근육질로 단련이 되어있었다.

그렇지만 그 고양이는 정말 1도 아무런 악의 없이 자기 길을 가려는 거였고

다만 우리가 가는 길에 정면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야옹이에겐 참 황당했을 상황.


한 10M쯤 거리였는데 보통은 고양이들이 앞에 사람이 오면 옆에 있는 샛길로

지나가 버리는데, 그 고양이는 무심하게 정면으로 직진을 했다.

그걸보고 괜한 위기감을 느낀 어멈은 앞으로 나서 봉봉의 유모차 앞을 막고 약간은 '훠이! 훠이!'느낌으로 두 다리를 번갈아 굴렀다.


침착해 보이지만 꽤 긴장한 다리움직임.



그러자 고양이는 '난 전혀 정면으로 갈 생각도 없었고, 마침 이쪽이 내가

가려던 길이야.'하는 표정으로 옆길로 지나가 줬다.


그것 보고 있던 봉봉은 "엄마 왜 그래? 야옹이야 어디가??" 하는데,

그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멈이 전혀 아무렇게도 해를 입힐 생각이 없는 야옹이를 향해

쫓아내는 행동을 보이면 어느 순간 봉봉도 동물을 대하는 자세가 그렇게 되진 않을까 하는.


그래서 변명이라고 어멈은 이렇게 말했다.

"어~있잖아 엄마가 야옹이 처음부터 무섭게 하려고 한 게 아니라,

야옹이가 똑바로 와서 봉봉이 괴롭힐까 봐 저리 가라 그랬지."

그걸 듣고는 봉봉은 이렇게 얘기했다.


당장이라도 야옹이에게 가볼기세.



"엄마 안무서운 사람인데 야옹이가 도망갔어요?"

"응~엄마는 봉봉이 생각해서 그런 건데 다음엔 엄마도 다른 방법으로 해볼게~!"


이 상황이 종료된 후, 어멈과 욥은 웃음이 났다.

어쩔 수 없었다. 달라진 어멈의 모습이 참 신기해서.


봉봉이 태어나기 전인 몇 년 전으로 돌아가서 생각해보면,

어멈과 욥은 참 유난히도 동물을 좋아했다.

게다가 어멈은 더욱더.



야옹 : '저 언니(누나) 이상해..'



특히 초저녁에 걷는 걸 좋아했던 욥과 어멈은 길에서 일명 길냥이들을 만나기만 하면,

일단 제일 먼저 '동물농장'시청을 통해 배워둔 <야옹이 키스>로 접근했다.

그 사이에 욥은 내가 시간을 좀 벌겠다 싶으면 얼른 슈퍼에가서 소세지를 사오곤 했다.

소세지를 주기전 어멈은 길냥이와 2-3m 거리에서 쪼그리고 앉아

길냥이를 지긋이 바라보며 마치 너를 정말 사랑한다는 눈빛으로 바라봤다.

그리고 눈빛이 통하면 소세지를 먹이는 영광까지 얻을 수 있었고,

우리는 그이야기를 집에올때까지 재미지게 나누곤 했다. 

생각해보니 가방속엔 늘 갑자기 만날 야옹이를 위한 소세지를 한두개 챙겨다녔던것 같다.


야옹이 키스 요령. 야옹이의 눈을 바라보고 지그시 깜빡 깜빡.


야옹이 예상반응 두가지.



어쨌든, 야옹이와 눈을 맞추고 있다보면 운이 좋게 5번에 1-2번은

길냥이가 같이 눈을 깜빡깜빡하는 경우도 있었고

어멈과 욥 주변을 맴돌며 몸을 비비적거리기도 했다. 

그건 '당신을 믿어요.'라는 의미라고.

하지만 반대로 '저 사람 뭐지?'하고 무심하게 지나가는 경우가 태반.


그렇게 욥과 어멈에겐 길냥이에 대한 추억이 참 많았다.


동네에서도 그렇지만 동물원에서도 특이하게 고양이를 만나는 일이 몇 번 있었다.

사자사 옆에서 만난 식빵 좋아하는 야옹이,

기린사에서 겁 없이 주섬주섬 돌아다니던 야옹이 등.

어멈과 욥에게 동물들 이야기를 하자면 동물원 이야기가 빠질 수 없다.


욥과 어멈은 동물원도 참 좋아했다.

과천에 있는 동물원을 특히 좋아했는데 한적하고 계절에 따라 변하는 주변 경관이 좋은 데다

다양한 동물들을 보고 산책하는 게 너무 좋았다. 그리고 늘 함께여서 좋았다.

1년에 계절마다 한두 번씩은 꼭 갔으니 욥과 어멈이 만난 시간으로

대략 계산해봐도 봉봉을 낳기 전까지 서른 번은 더 갔을 거다.


그런데 그 마음이 점점 변하는 걸 느꼈고, 어느새 변해버렸다.

(아, 욥이 오해할까 봐 한마디 넣는데 욥에 대한 마음이 변했다는 건 아니다.)

동물을 사랑했던 마음이 어느새 봉봉에게 집중되어 버려서인지

이상하게 전처럼 야옹이와 강아지에 대한 관심이 전 같지 않다.


가끔 그런 마음이 느껴질 때면 신기하기도 약간은 섭섭하기도 한 마음이 든다.

어멈이 오롯이 나 자신으로 느껴지던 시절이 가고,

봉봉의 엄마로만 특화되어 가는 것에 대한 아쉬움 같은 걸까.

아가씨에서 아줌마로 넘어간, 그게 좋았지만 한편 그립기도 한 그런 마음일까.


언젠간 다시 그 마음이 돌아오는 시절이 있겠지.

그치만 봉봉이 똥깡아지가 사랑스러운건 이미 어쩔 수 없다.


오늘처럼 이렇게 바람이 스산히 불고 흐리지만 빛이 구름 사이로 조금씩 스며있는 날에는

동물원 가기 참 좋은데.


욥이 바쁘지 않은 날, 봉봉과 다시 한번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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