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봉봉어멈 Oct 19. 2015

선물

어멈의 감성에세이/ 주면서 발생하는 시너지


ⓒ 2015. bonboneomum all rights reserved.



누군가에게 선물을 할 일이 있을 때

보통은 의무감에 혹은 보답의 마음으로 준비해왔던 것 같다.

그것이 어멈의 손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무언가 비용을 들여서 준비해야 하는 것 일 때 대부분 그랬다.


무언가 선물이라 함은 만들어 주는 것보다는 사는 것. 그렇게 생각해왔다.


언제부터였을까.

어멈에게 그림 그리는 것의 의미는 대학교에 들어가 아르바이트를 할 때 즈음부터 퇴색됐다.

주로 그림이나 디자인에 관련된 일이 많아서

어멈은 그 소중한 것들을 상업적인 결과물 정도로 생각한 적이 많았다.


그것들이 금전적인 어떤 대가가 따르기 때문에 어멈 뇌의 용도중

상업적인 부분을 활용해서 만들어 낸 것이라 정이 덜 하달까.


그런데 다시 그림을 그리고 자수를  시작하면서부터 뭔가 선물에 대한 마음가짐이 바뀌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만들어 내는 작업은 같은데, 금전적인 보상이 없이

어멈이 스스로 선물하고 싶은 사람에게 특별한 날이 아니고서도

선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샘솟으며부터

선물을 대하는 자세부터 선물을 떠나보내기까지 마음이 많이 달라졌다.


얼마 전 친구에게 부탁을 받았다.

어멈의 부족한 그림을 많이 사랑해 주는 친구인데,

조심스럽게 가족 얼굴을 그려줬으면 하고 부탁해왔다.


설레기도 했지만 두렵기도 했다.

얼굴을 그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고 있었고, 기대에 못 미치면 어쩌지 하는 마음도 있었다.

몇 장의 사진이 도착했고,  그중에 고르고 고르다 미안하게도 친구와 남편은 다음 기회로 미루고

그녀의 사랑스러운 두 아이를 그리기 시작했다.


어멈은 요새 붓을 이용해 사랑하는 흑연물감으로 그림을 그린다.

스케치 없이 슥슥 그리는 것이 오히려 더 잘 그려져서 그 방법으로 많이 그리는데,

부담감 때문인지 잘 안 되는 거다. 인상을 몇 번이나 지웠다 그렸다 했던지.

헌데, 두세 시간 동안 그녀의 아이들을 집중적으로 지켜보자니

놀라운 일을 경험했다.


가끔 보면 '너무 귀엽고 많이 컸고 친구를 닮아  예쁘구나'라는 생각은 했지만,

사진 속의 아이들이지만 보고 있자니 더 많이 너무 사랑스러운 거다.

꾸밈이 아니라 진심으로. 아이들의 얼굴을 그리려고 특징들을 찾고 또 보고 또 보고 하다 보니

'아! 이아이들이 이렇게 예쁜 아이들이었구나!' 하는 감탄으로 그림을  마무리했다.

다행히 친구는 마음에  들어 해주었고,

어멈도 어멈이 본 사랑스러운 특징들을 잘 담아 낸 듯해서 뿌듯했다.


자수도 그렇고 일러스트를 선물하는 일들이 요즘 어멈에겐 그렇다.

선물 받을 사람을 계속 생각하게 된다.

붓놀림이 움직일 때, 자수 한 땀 한 땀 놓을 때도.

그렇게 그 사람을 더 사랑하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주면서 발생하는 긍정적인 에너지가 어멈을 또 신나게 한다.

다음 작업을 생각할 수 있게 해주니까.




Oct 19. 2015

매거진의 이전글 불꽃놀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