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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봉어멈 Jul 30. 2021

갑자기 안녕.

갑작스러운 여름방학, 원격으로의 만남.


마스크를 썼지만 신난 봉봉과 탱글, 그리고 친구들





거리두기 4단계가 발표되던 날, 여름방학을 며칠 앞둔

봉봉이는 갑작스레 원격수업을 하게 됐다.


말로만 듣던 원격수업.

한 번도 상상 못 해본 원격 유치원 졸업식을 해보긴 했지만 제대로 된 학교 수업은 처음이라

걱정도 좀 되었고 즐거운 방학의 시작이 아닌 갑작스러운 헤어짐을 할 아이들이 너무 짠했다.


봉봉이가 학교에 간 사이에 속보로 4단계 발표가 나오고,

이제 꼼짝없이 정말 최고 단계로 가는구나 싶으니 마음도 많이 불안한 오전을 보냈다.


하교 마중하러 가는 길에 보니 아이들이 하나둘 짐을 싸서 나오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열흘 정도 빨라진 갑작스러운 방학에, 마음 한편이 한여름 더위도 식혀버릴 만큼 시리게 느껴졌다.


작년 코로나가 한창일 때, 아이들이 학교를 못 갈 때 생각했었다.

‘당연히 지금 건강이 중요하지, 건강을 잃으면 공부와 학교가 무슨 소용이야?’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던 터라, 코로나가 더 심해지는 와중에 아이를 입학시키는 일은 더욱 걱정이 앞섰다.


그런데 올해 입학을 시키고 1, 2학년은 매일 등교라 봉봉이가 매일 학교를 가게 되면서,

꽉 닫혀있던 내 마음속에 두려움들이 조금씩 사라져 갔다.

어쩌면 매일 아이가 학교를 가니까 일상에서 코로나를 조금 잊어버릴 수 있었달까.

그냥 평범했다. 학교를 보내고, 하교를 하고, 놀이터를 가고, 집에 와서 내일을 준비하는.

어느 날은 마스크를 쓰고 있었음에도 순간적으로 코로나를 잊은 순간도 있을 정도였다.


매일 하굣길에 놀이터에서 놀며 친구도 사귀고 추억도 쌓고 적응해 나가고 있었는데,

갑작스러운 등교중지라니.

게다가 한 학기 지내고 이제 친구들하고 매일 보고 싶어지는 사이가 되었는데 말이다.

 

드디어 봉봉이가 나오는데 양손 가득 짐을 바리바리 챙겨 힘겹게 하굣길을 맞았다.

엄마들은 아이들이 짠해서 애잔한 눈빛들인데

아이들은 조금 신나보이기도 하고 어서 놀이터나 가자는 눈치였다.

내 마음은 코로나가 너무 심하니 집으로 바로 갈까 싶었지만, 그냥 가면 봉봉이가 울게 생겼기에

그날은 아이스크림 안 먹기로 약속하고 더운 놀이터에서 작별을 해야만 했다.


그렇게 잠시 작별의 시간을 보내고 돌아오는 길에 봉봉이와 이야기하는데 의외의 대답이 나왔다.


“봉봉이 여름 방학한다고 신나게 친구들한테 인사하지 못하고 갑자기 원격 수업해서 어쩌니?

엄마가 다 속상하더라..”라고 물으니,


“엄마 아니에요~. 원격수업 엄청 기대돼요! 선생님하고 친구들 마스크 안 쓴 모습 볼 수 있잖아요~!

너무 신나요! 빨리 월요일이 됐으면!!”


봉봉이는 오히려 친구들과 선생님의 마스크 없는 맨얼굴을 본다는 게 너무 좋았던 거다.

하긴..맨 얼굴로 친구들 얼굴을 오롯이 바라볼 수가 없었으니,

마주 보고 수다 떨 기회도 없어서 서로 얼마나 궁금했을까?


그 말을 듣는데 짠하기도 하고, 긍정적이구나 싶기도 하고.

아이들은 저렇게 의연한데 엄마인 내가 슬프고 짠하게 보고만 있을 일은 아니 구나 싶어

마음을 다졌다. 갑작스런 삼시세끼에 대한 마음도 다졌어야 했고.


그렇게 시작한 원격수업은 처음엔 친구들과 재미있게 참여했으나,

며칠이 지나자 쉽지 않고 답답하다는 걸 깨달은 봉봉은 다시 빨리 학교로 가고 싶다고 거듭 말했다.

그런 날이 빨리 와야 할 텐데.


2학기를 무사히 시작할 수 있을지. 나쁜 코로나 미워!!!!!

그래도 기특한 생각의 봉봉. 8살 봉봉이의 마음은 생각보다 참 투명하고 깊다.


너희들이 빨리 마스크 벗고 아이스크림, 간식들도 실컷 먹고 수다 떨 그날이 빨리 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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